반통일의 모험적 혁명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문 목사에 이은 서 의원의 밀입북 사건이 국기를 뒤 흔드는 사회적 충격으로 번지고 있는 지금, 전대협은 기어이 비밀리에 「평축 밀사」를 파견했다.
어떤 개인, 어떤 집단이든 국민적 합의 없이 편향된 개인과 집단의 「양심」또는 「통일의 염원」만으로는 입북 사실이 정당화될 수 없음을 이미 우리는 국민적 공감대로 형성하고있는 오늘이다.
통일의 문제란 결코 『북으로 가자! 남으로 오라!』는 구호 아래 어느날 갑자기 남북의 동포가 얼싸안고 춤추는, 그런 환상적 낭만주의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냉혹한 정치현실이다.
이 어쩔 수 없는 정치 현실을 풀어나가는 길이란 민족적 여망과 국민적 합의에 따라 합법적이고도 지속적인 남북교섭을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며 통일에로의 길을 모색하는 방법밖에 없음을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거듭 확인해 왔다.
이러한 민족적 여망과 국민적 합의를 배신한 채 개인도 아닌 전대협이라는 집단이 교묘한 술수를 동원하면서까지 임수경 양을 평양에 파견했다는 사실은 학생운동 차원을 벗어난 반통일적 집단 행위였다는 점에서 규탄받아야 한다.
국민 모두가 지켜보는 TV 앞에서 「남북 청년 학생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자고 제의하 고 통일의 그날까지 투쟁하기를 전대협 대표는 북의 학생 대표와 약속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향한 투쟁의 약속이었던가.『여권 가진 학생은 평양으로 가라』는 지령이 내러지고 평축 참가를 위한 진군사수 결의대회를 벌이며 판문점 돌파 출정식, 통일 선봉대, 통일 결사 조가 결성된다. 휴식하는 경찰을 기슴하고 취재중인 기자를 폭행했다.
국민적 합의를 외면하고 기존의 사회질서를 파괴하면서 혁명적 모험주의를 행동으로 옮기는데 서슴지 않는 이들이 과연 민주화의 열기를 몰고 왔던 그 청신했던 젊은이였던가를 의심할 만큼 반민주적이지 않은가.
따라서 전대협의 평축 대표 파견은 남쪽의 통일 논의 질서를 교란하고 기존의 사회질서에 도전하는 혁명적 집단 파괴 행위였음을 지적하게 된다.
그 다음 전대협이 간과했던 또 하나의 사실은 그들의 망동이 통일논의 질서를 교란하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김영삼 총재와 허담과의 회견에서 밝혀졌듯이 폭력과 혁명에 의한 일방적 통일은 남북 어느 쪽이든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음을 서로가 확인했었다.
편향된 개인, 급진적 혁명론자들이 『북으로 가자』를 외치고 줄지어 김 주석 품에 안기겠다고 달려들 때, 그것은 북쪽에서 싹터야 할 현실주의적 온건 통일논의 입지를 없애면서 혁명에 의한 적화 통일을 주장하는 교조주의 세력을 강화시키게 된다.
북의 1인 독재와 고립 체제를 민주화와 개방화로 유도하면서 어느 한 쪽의 힘에 의한 통일, 베트남식 통일 방안을 원치 않기 때문에 상호교류와 상호 이해의 증진이 통일의 멀고도 험한 길임을 우리 모두가 수용하고 있지 않은가.
3명의 학생대표가 모여 수만의 학생, 나아가 수천만 국민의 여망과 합의를 짓밟는 극단적 모험주의는 학생 내부의 대표성마저 의심케 하는 혁명논적 망동임을 전대협 집행부는 새삼 깨우쳐야 할 것이다.
절차와 방법이 무시된 통일 노선은 어떤 형태로든 미화되거나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거듭 천명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