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질 않는 '경찰관 음주운전'

중앙일보

입력

음주운전에 대한 유일한 단속기관인 경찰이 직원들의 잇단 음주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안내 방송, 스티커 부착, 강도높은 직원 교육에도 불구, 음주사고가 끊이질 않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일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거나 만취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적발된 경찰관은 모두 4명으로, 이 중 1명은 간부, 3명은 경사 이하 비간부다.

실제 광주 서부경찰서는 지난달 29일 혈중알콜농도 0.149% 상태로 차를 몰고 가다 마주오던 차량을 들이받은 뒤 달아난 광주 광산경찰서 A경위(43)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경위는 사고 직후 인근 아파트로 달아났으나, 뒤쫓아온 피해자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지난 3월에는 광주 광산경찰서 지구대 소속 B경장(36)이 대낮에 만취상태(혈중알콜농도 0.181%)로 1∼2km 가량 주행하다 졸음이 밀려와 도로변에 차를 세워 둔 채 잠이 들었다가 112순찰차에 적발되기도 했다.

또 지난 3월7일과 1월27일에도 여수경찰서 C경사와 광주 북부경찰서 D경사가 혈중알콜농도 0.103%와 0.155%상태로 운전하다 다른 차량과 부딪혀 물적, 인적 피해를 입힌 혐의로 적발됐다.

면허취소 기준치인 혈중알콜농도 0.1%를 넘겨 만취상태였던 이들은 모두 해당 경찰서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정직 1∼3월의 징계조치를 받았다.

지난해에도 50대 총경급 경찰서장을 포함, 교통사고조사계 30대 간부 직원 등 모두 10명이 적발돼 전원 직위해제된 바 있다.

경찰은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직원 교양교육을 실시하는가 하면 안내방송, 스티커 부착, 대리운전 쿠폰제 등 다양한 대안도 내놓았다.

일선 경찰서장들은 단속에 적발될 경우 10여일간 집중감찰을 받는 점을 감안,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 직원에게 당부말을 전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휴가철이나 연말연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찰관 음주운전은 여전히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교통관련 시민단체들은 "'도로 위 흉기'인 음주운전에 대해 모범을 보여야 할 경찰이 되레 만취상태로 취중운전을 한다는 것은 국민감정에 크게 어긋난다"며 자정을 촉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직원들이 음주사고를 낼 경우 해당 경찰서 전 직원을 상대로 집중감찰을 벌이는 등 기강 세우기에 나서고 있으나, 음주운전이 여전히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며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다양한 묘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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