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 '절규' 새로운 해석…“절규가 아닌 절규를 듣는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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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박물관에 전시될 뭉크의 '절규' 판화 [데일리 텔레그래프=연합뉴스]

영국박물관에 전시될 뭉크의 '절규' 판화 [데일리 텔레그래프=연합뉴스]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대표작 ‘절규’(Scream)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왔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림 속의 인물이 ‘절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절규’를 듣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다음 달 대규모 뭉크 전을 준비 중인 영국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이 ‘절규’의 흑백판화를 전시하며 이 같은 해석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작품 속의 인물이 절규하는지, 아니면 절규를 듣고 있는지 지난 수십 년간 논란이 된 바 있다.

영국 대영박물관은 이번 뭉크 전에서 ‘절규’의 흑백판화를 전시하며 뭉크의 설명을 인용해 이런 해석을 내놨다.

이 박물관이 이번에 전시한 석판화에는 색채화와 달리 “나는 자연을 통해 거대한 절규를 느꼈다”는 뭉크의 영감을 표현하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이에 비춰볼 때 작품 속 모습은 사람이 절규하는 모습이 아닌 자연의 절규를 듣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영국 대영박물관 큐레이터로 줄리아 바트럼은 “뭉크는 1892년 오슬로 주변의 피오르를 산책 중 핏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보고 깊은 심리적 영향을 받았으며 '절규'를 통해 당시 감정이나 순간을 포착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들은 작품 속 사람이 '절규'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당시 상황은 그렇지 않다”면서 “한 사람이 자신의 주위로부터 들려오는 자연의 절규를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상징적인 인물이 언덕에서 자연의 외부 힘에 반응하고 있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 “다만 뭉크가 표현한 부분이 실제적인 힘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심리적인 것이었는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뭉크 절규에 대한 해석은 미술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오슬로 소재 뭉크미술관 군나르 소에렌센 전 관장은 “자연 속의 절규일 수 있고 사람이 절규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해석의 문제"라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후임자인 스타인 올라프 헨리셴 관장은 "영국 대영박물관이 옳다"면서 '절규'에 대해 많은 해석이 있으나 뭉크 자신의 설명대로 '절규'는 '자연의 절규를 들으며 자신의 귀를 가리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해석하든 개의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대영박물관은 오는 4월11일부터7월21일까지 '에드바르트 뭉크:사랑과 고뇌'라는 주제의 뭉크 전을 개최한다.

전시작품 가운데 단연 하이라이트는 '절규'로 판화의 흑백처리는 하늘의 물결 모양 라인을 강조하고 있으며 인물 주위로 소리굽쇠 반향 효과 느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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