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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드라이어가 당신을 훔쳐본다…1600명도 몰랐던 몰카 찾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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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 방송 화면 캡처]

[사진 JTBC 방송 화면 캡처]

전국 10개 도시, 30개 모텔, 42개 객실에 1㎜ 초소형 몰래카메라(몰카)를 설치해 투숙객의 사생활을 불법촬영한 일당이 최근 경찰에 붙잡히면서 ‘모텔 몰카’ 공포가 커지고 있다. 1600여명으로 추정되는 피해자 중 모텔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된 걸 눈치챈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불 끄고 휴대전화 손전등을 의심 가는 곳에 비춰보라”고 조언했다.

정석화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장은 21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수사 과정을 전하며 이같이 당부했다.

피의자 일당이 숙박업소 객실 TV 셋톱박스에 설치한 몰래카메라. [사진 경찰청 제공]

피의자 일당이 숙박업소 객실 TV 셋톱박스에 설치한 몰래카메라. [사진 경찰청 제공]

정 대장은 “카메라 렌즈 직경이 1㎜인 카메라들이 TV 셋톱박스에 대부분 다 설치돼 있었는데, 헤어드라이어 거치대에 몰래 숨겨놓기도 했다”며 “거치대는 경찰 수사관도 현장에서 찾으면서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몰래카메라는 헤어드라이어 상표가 적혀져 있는 글자 사이에 1~2㎜ 정도 되는 세밀한 구멍 안에 설치돼 있었다. 정 대장은 “헤어드라이어 전기선 피복을 벗겨내고 거기에서 선을 따 카메라에 전원을 공급했다. 그래서 전혀 알 수 없도록 노출되지 않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경찰 수사관도 발견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몰래카메라를 일반 투숙객들은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 정 대장은 “투숙객들은 객실 내에 TV 셋톱박스나 스피커 등 구멍이 뚫린 곳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대장은 “셋톱박스와 콘센트,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등에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지난해엔 TV 스피커 안에도 설치된 적 있다”며 “틈새 부분과 초소형 구멍이 있는지, 전원 플러그가 추가로 꽂힌 게 있는지를 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간이 점검 방법 하나를 추천하면 객실을 소등해 휴대전화 손전등 기능을 켜고 의심이 가는 곳을 비춰보라”고 당부했다. 유리 성분이 있는 렌즈가 휴대전화 카메라 불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카메라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 대장은 “카메라가 1㎜ 정도 크기기 때문에 굉장히 가까운 곳에서 해야지만 인식할 수 있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박모(50)·김모(48)씨를 구속하고, 범행을 도운 임모(26)·최모(4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박씨 등은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올 3월 3일까지 영남·충청권 10개 도시에 있는 30개 숙박업소 42개 객실에 무선 인터넷 프로토콜(IP) 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 1600여명의 사생활을 촬영하고 이를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생중계한 혐의를 받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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