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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 추가 대북제재법 5~6월 통과 준비 마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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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의회가 이르면 5월 중 추가 대북제재 법안을 통과시킬 준비를 마쳤다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이 20일 전했다.

소식통 “1년 전부터 상원서 준비 #북한 내달까지 조치 없으면 행동” #한국은 “법안 수개월 걸릴 것”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이날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대북 제재 강화 법안을 상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약 1년 전부터 관련 법안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5~6월이면 충분히 상정 가능하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대북제재 강화 움직임은 상원의 군사위원회·금융위원회·외교위원회를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다른 해외 소식통도 “북한이 다음 달까지 유의미한 비핵화 조치와 관련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경우 대북 제재가 완화는커녕 강화되는 게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두 소식통 모두 “모든 것은 북한에 달렸다”며 “시간이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판단하는 기류와는 온도차가 있다. 한국 측 소식통은 지난주  “미국이 대북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지만 법안 작성엔 수개월이 걸린다”며 추가 제재의 조기 실행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았다.

미국 의회가 대북 제재강화의 데드라인으로 5~6월을 정한 것은 하반기부터는 대통령 선거 레이스가 본격 시작되고, 10월께부터는 내년도 예산안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현재 미국 의회는 6월까지 계속 열리는 반면 8월엔 회기가 예정된 게 없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가을부터는 예산안에 집중해야 하고 11월부턴 추수감사절 및 연말연시 휴가가 시작된다”며 “현재 의회의 분위기는 여야 모두 ‘북한이 비핵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 5~6월까지 대북 제재 강화 법안을 처리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상원 군사·금융·외교위원회가 준비 중인 법안에는 북한의 금융 거래를 옥죄는 내용과 선박 환적 등 제재 모니터링을 확대하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를 강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외교부 등은 제재 완화 가능성을 놓고 미국 정부 보다는 낙관적인 표현을 내놓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문제는 북한이 얼마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느냐에 달린 문제”(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라거나, 미국의 상응조치로 단계별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은 죽어버렸는가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미국이 단계적 제재 완화를 물밑에선 버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대북 제재 유지를 공언하고 있고 미국 의회에선 대북 제재 강화를 준비하고 있어 한·미 엇박자가 노골화할 수 있는 양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해외 소식통은“하노이 회담 결렬 후 미 행정부의 제재 담당 핵심 당국자를 만났더니 ‘우리는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제재 완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딱 잘라 말하더라”고 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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