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의원이 몰래 입북하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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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현역 국회의원이 몰래 평양으로 들어가 김일성을 만나고 와서도 1년 가까이 숨겨왔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놀라움과 충격을 안겨줬다.
서의원이 28일새벽 전격 구속된 뒤에야 알게된 시민들은 『간첩을 잡는다는 안기부나 공당이라는 소속정당은 과연 무얼하고 있느냐』는 반응과 함께 『가뜩이나 불안한 시국에 국회의원이란 공직자가 이런 식으로 불안요인을 가중시킬 수 있느냐』며 놀라움과 충격을 나타냈다.

<각계반응>
서울대 길승흠교수는 『대외적으로 외교관 역할까지 해야하는 국회의원이 자기당의 공식적인 입장도 갖지 않은채 정부와 협의도 없이 김일성을 만난 것은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하며 이를 계기로 북한측이 대남전략에 우리쪽 의원까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회사원 조형선씨(30)는 『충격과 함께 위기의식마저 느낀다』고 말하고 『서의원이 입북한지 10개월이 지나도록 안기부는 과연 무엇을 했으며 소속당은 이를 알고나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정부·공안당국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전민련고문 박형규목사는 『공인신분으로 당과 상의조차없이 개인적으로 입북했다는 것은 상식밖의 일로 통일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라고 밝히고 『차제에 정부도 국민들에게 비전있는 통일정책을 제시할것』을 촉구했다.

<고향표정>
서경원의원의 구속소식이 전해진 28일 오전 서의원의 고향인 전남 함평군 대동면 금산리 생가에는 노모 김윤안씨(74)와 김씨의 병간호를 위해 와있던 서의원의 이모 김금례씨가 집을 지키고 있었다.
어머니 김씨는 『28일 오전1시쯤 서울에 있는 며느리로부터 걱정말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내자식이 옳은 일을 했기 때문에 별걱정은 되지 않는다. 음력 5월 그믐쯤 내 생일에 참석한다고 했는데 만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는데 불안한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서의원의 고향집은 ㄱ자형으로 된 토담집으로 빨간슬레이트기와를 얹었으며 이 마을엔 7가구 25명의 주민이 고구마재배로 가난하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서의원의 가족은 어머니 김씨, 부인 임선순씨(40), 3남1녀가 있으나 현재 고향에는 어머니와 장남 대훈군(17)만 주민등록이 돼 있고 다른 가족은 지난해 11월4일 서울 북아현동183-30으로 전출했다.
어머니 김씨는 지난 1월 넘어져 다쳐 현재 몸져 누워있는 상태다.
서의원의 영광사무소(전남 영광군 영광읍 남천리)에는 28일 오전 사무간사겸 총무인 강미정씨(27·여)가 혼자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고 함평사무소에도 별다른 전화나 문의가 없었다.
한편 28일 오전1시쯤 경찰로 보이는 20∼30명이 함평읍 내교리 당사의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와 내부를 조사하고 갔으며 오전7시10분쯤엔 안기부직원 14명이 다시와 서류등을 챙겨갔다.

<가족표정>
28일 아침 서울 북아현동 183의30 서의원의 자택에는 부인 임씨와 장남 대훈군(경희대 일어과1)등 3남1녀가 모두 외출하고 대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부인 임씨는 27일밤 『TV뉴스를 본 친척의 전화를 받고서야 남편의 입북과 구속사실을 알았다』며 『믿을수 없다』고 말했다. 임씨에 따르면 서의원은 25일 오전9시쯤 정상출근한 뒤 아무연락이 없었다는 것.
서의원은 지난해 12월부터 현재의 단층셋집에 보증금 5백만원에 월세20만원을 주고 세들어 부인 임씨와 3남1녀등 모두 6식구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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