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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지진원인 지목된 포항지열발전소…건설 멈춘채 적막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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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포항지열발전소 건설 현장. 입구가 잠겨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포항지열발전소 건설 현장. 입구가 잠겨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 포항지열발전소 건설 현장. 입구는 굳게 걸어 잠겼고, 주변은 적막감이 맴돌았다. 건설 현장 가운데엔 시추공이 높게 서 있었다. 그 주변으론 시추에 사용한 철제 파이프들이 녹슨 채 쌓여 있었다. 현장 안팎에 인기척은 없었다. 공사가 완전히 중단돼서다.

시민단체 제출한 운영중단 가처분 신청 후 공사 중단 #높게 선 시추공 주변으로 공사자재 녹슨채 쌓여 있어 #정부·지자체도 각각 입장 내…"지열발전소 대책 마련"

포항지열발전소는 정부연구조사단이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을 촉발시킨 원인으로 지목한 곳이다. 진앙과 불과 600여m 떨어져 있다. 지난 1월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는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포항지열발전소 운영중단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지열발전소 건설을 중단시켰다. 지열발전소 건설현장 입구에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과제수행 중지 명령에 따라 연구 활동이 중단됐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지열발전소는 운영이 어려울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날 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여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을 영구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폐쇄에 따른 행정절차가 필요해 실제 폐쇄와 원상복구까진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포항지열발전소 건설 현장. 시추공 주변으로 철제 파이프가 녹슨 채 쌓여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포항지열발전소 건설 현장. 시추공 주변으로 철제 파이프가 녹슨 채 쌓여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포항지열발전소 인근 흥해읍 남송2리 마을에서 만난 최경호(59)씨는 “늦게나마 지열발전소가 지진 원인이라는 게 밝혀져서 다행”이라며 “발전소 폐쇄는 전문가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폐쇄 후 지진이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조사단의 지진 조사 결과에 정부 관계부처와 지진 피해 지자체인 경북도, 포항시도 각각 입장을 내놨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정부는 조사연구단의 연구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피해를 본 포항시민들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조사연구단의 연구결과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취해야 할 조치를 최선을 다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포항시와 협조해 현재 중지된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을 관련 절차를 거쳐 영구 중단하기로 했다. 정 차관은 “해당 부지는 전문가와 협의해 안전성이 확보되는 방식으로 조속히 원상 복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산자부 기자실에서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조사 연구결과 발표와 관련된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산자부 기자실에서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조사 연구결과 발표와 관련된 정부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행정안전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박성식 행안부 복구지원과장은 “촉발지진에 대한 법률적 검토가 나와야 한다.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 지진 당시 행안부는 1800억원 규모의 복구비용을 포항시에 지원했다.

경상도는 포항시가 지진으로 겪고 있는 지역경제 침체를 극복하고 지진 피해 보상 대책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진이 발생하면서 이어진 인구·관광객 감소, 극심한 지역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강력한 도시재생과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이 절실하다"며 "지진을 겪은 포항시민들의 물질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을 촉발했다"는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를 들은 이재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을 촉발했다"는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를 들은 이재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이강덕 포항시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열발전소를 안정성이 확보되는 방식으로 원상 복구하기로 한 데 대해선 환영하지만, 정부 지원금 중 국비가 차지하는 금액이 718억원에 그쳐 지금까지 포항시가 겪은 피해를 감안해 특별 추가 조치가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한동대학교 산하 지열연구단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지열발전소 추진 과정에서 3.0 규모 미만의 미소 지진이 63회 발생했음에도 이 사업이 지속됐다”며 “지열발전소 건설 관계자와 정부에 직·간접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김정석·백경서 기자, 이상재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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