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소가 지진 촉발" …체육관 생활 이재민들 "정부 책임지고 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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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임시 식당에서 지진 이재민들이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지진 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임시 식당에서 지진 이재민들이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지진 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20일 오전 10시30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체육관내 임시 식당에 10여 명의 사람들이 TV 앞에 모여 앉았다. 이들은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지진 이재민들이다. 이들은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시 북구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해 1년 4개월 넘게 체육관 생활을 하고 있다.

1년 넘게 체육관 생활 이재민 발표 보며 눈물도 #포항 지진 피해 보상 관련 소송도 급물살 탈 듯 #직접 피해액 846억원, 간접 피해 합쳐 3323억원 #시민단체는 지진피해 보상 대정부 촉구 시위

식사 시간이 아닌데도 이들이 식당에 모여 앉은 건 이날 정부가 구성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발표하는 지진 정밀 조사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이재민들은 TV 방송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오전 11시 이강근 정부조사연구단장이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가 촉발한 듯하다"는 내용의 발표 결과를 내놓자 이재민들은 입을 모아 "정부가 책임지고 지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이재민들은 흐느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을 촉발했다"는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를 들은 이재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을 촉발했다"는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를 들은 이재민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소파(小破) 판정을 받은 대성아파트 C동에 사는 옥상호(69)씨는 "2017년 지진이 지열발전소 때문에 발생했다는 결과가 나온 만큼 이재민들에 대한 보상을 시급히 해야 한다. 가장 먼저 주거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워낙 대피소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이재민들의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최명순(66·여)씨는 "잘살고 있던 집을 버리고 지금까지 여기서 살고 있는데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다. 지진이 났을 땐 금방이라도 해결될 것 같더니 아직까지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그간 마음 졸이며 산 데 대한 보상도 해줘야 하고 제대로 살 수 있는 주거지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우득(80·여)씨는 "이재민들 모두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상당하다"며 "주거지 파괴 상태도 다시 점검하고 현실적인 보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지진 피해를 본 포항시민 2529명으로 구성된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이하 범대본)'도 정부에 피해 보상을 촉구할 방침이다. 범대본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지진 조사 결과 발표회에 참석한 후 곧장 지진 피해 보상에 대한 대정부 촉구대회를 열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포항지진 시민연대 회원들이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에 의한 '유발지진'임을 주장하며 정부의 사과와 보상,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포항지진 시민연대 회원들이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에 의한 '유발지진'임을 주장하며 정부의 사과와 보상,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범대본은 "포항은 기상청이 생긴 이래 단 한 번도 규모 3.0 이상 지진이 관측되지 않은 곳이다. 2016년 말부터 지열발전소 파이프를 땅속에 시추하면서 수백 차례의 미소지진(微小地震)이 발생했고 결국 규모 5.4 지진이 일어났다. 그중 규모 5.4 지진의 전조 현상으로 볼 수 있는 미소지진을 시민들에게 은폐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범대본이 주도하는 시민참여소송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범대본은 지난해 10월 법무법인 서울센트럴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 지열발전소, 넥스지오 등을 상대로 유발지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제기했다. 손해배상 청구 가액은 2억원이다. 소송 참가자 1인당 지진피해 위자료 5000~1만원(1일), 산업공해피해 2000~4000원(1일)으로 산정한 금액이다. 현재 약 1300명이 소송인단에 동참한 상태다.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내부.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으로 주거지가 파손된 이재민들이 임시 거주하고 있는 대피소다. 포항=김정석기자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실내체육관 내부.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으로 주거지가 파손된 이재민들이 임시 거주하고 있는 대피소다. 포항=김정석기자

범대본은 앞서 지난 1월 포항지열발전소 운영중단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현재 포항지열발전소는 건설 중단 상태다. 지열발전소는 진앙과 불과 600여m 떨어져 있다.

한편 11·15 포항 지진은 포항시 북구 흥해읍을 중심으로 부상자 92명, 이재민 1800여 명을 내고 시설물 피해 2만7317건 등을 일으켜 직접 피해액 846억원, 간접 피해까지 합쳐 3323억원을 기록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19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지열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채 서있다. [뉴스1]

19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지열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채 서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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