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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규칙이 골프 망친다” PGA투어 프로골퍼들 반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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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올해 개정한 새 골프규칙을 놓고 선수들의 반발이 거세다. 골프규칙이 바뀐 지 석 달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선수들은 바뀐 룰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무릎 높이 볼 드롭 가장 큰 논란 #골프협회 “개정 규칙 따르면 된다”

18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지난해 챔피언 웹 심슨(34·미국)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최종 라운드 14번 홀 그린 프린지에서 퍼트를 준비하다 무심코 퍼터로 볼을 건드렸다가 1벌타를 받았다. 퍼터 손잡이가 상의와 엉키는 바람에 퍼터 헤드로 볼을 건드린 것이 문제가 됐다. 골프공이 1㎝ 가량 움직였는데 이 공을 집어 제자리에 놓았다가 벌타를 받은 것이다.

새로 바뀐 골프규칙에 따르면 그린 안에서는 공을 실수로 건드려도 벌타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프린지에서는 벌타를 받는다. 심슨은 “공을 움직이려는 의도가 없었다. 이런 벌타는 불합리하다”면서 “바뀐 규칙이 골프 경기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빠른 대회 진행을 위해 60여년 만에 손을 댄 골프 규칙은 유독 남자 프로골프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무릎 높이의 볼 드롭과 캐디의 뒤봐주기 금지, 손상된 클럽 교체 금지는 공정성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다. 이달 초 멕시코 챔피언십에서 어깨 높이에서 드롭을 했다가 벌타를 받았던 리키 파울러(미국)는 다음 대회인 혼다 클래식에서 변기에 앉아있는 듯한 포즈로 드롭을 했다가 새로운 규정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다. 저스틴 토마스(미국)는 “골프 규칙 개정이 대단하다고 말할 이유가 없다. USGA는 더 나은 골프를 위해 선수들과 소통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과묵한 편인 브룩스 켑카(미국)도 최근 R&A를 겨냥하면서 “그들은 규칙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바뀐 규칙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제이 모나한 PGA 커미셔너는 “바뀐 골프규칙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우리는 정해진 규칙 안에서 경기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못박았다. 마틴 슬럼버스 R&A 사무총장은 “이런 논란이 놀라운 것도 아니다. 드러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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