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공급이 널뛰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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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총통화증가율이라는 한갓 숫자놀음 속에 시중 통화공급이 극단적인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널뛰고 있다.
전년동기비 총통화증가율이 18%라는 목표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안에서 「안정적」이며 「신축적」으로 줄여져 가고있는 동안 실제 월별로 늘어나고 줄어드는 시중 돈의 양은 불과 한달만에 간단히 1조원이 늘어났다가 1조원이 줄어드는 극단적인 밀물·썰물의 양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 한은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1∼5월간 평균 잔액기준월별 총통화 증감액은 1월 9천2백89억원, 2월 마이너스 9천8백87억원, 3월 5백38억원, 4월6천9백83억원, 5월 1백53억원으로 심한 들쭉날쭉 현상을 보였다.
그같은 들쭉날쭉은 기말잔액기준 총통화 증감에서 더욱 두드러져 1월 마이너스 1조5백64억원, 2월 마이너스 1조3천5백37억원, 3월 1조2천1백8억원, 4월 마이너스 1천4백15억원, 5월 1조5천6백18억원등으로 나타났다.
월별 통화공급의 밀물·썰물이 이처럼 심한 간만의 차를 보이고 있는 것외에, 같은 달을 놓고볼때도 평잔·말잔기준 총통화증감액이 곧잘 서로 편차가 큰 반대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1월중 총통화가 평잔기준으로는 1조원 가까이 늘어났으나 말잔기준으로는 1조원 넘어 빠졌고, 5월중 총통화도 평잔기준으로는 단돈 1백53억원이 늘었을 뿐이나 말잔기준으로는 무려 1조5천억원 이상이 풀려나갔다.
월별로 통화공급이 심한 기복을 보이고 있는 것 외에 월중으로도 거의 하루가 다르게 통화공급이 춤을 추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죽어나는 것은 금융기관과 기업이다.
늘 일정수준을 유지하면서 굴러가야 하는 기업의 자금흐름이 그같이 변덕스러운 통화공급의 사이클을 도저히 맞출 수 없음은 물론이고 은행도 하루아침에 1조원을 냈다, 거두었다 하기란 불가능하므로 타입자니, 예자상계니 하는 편법을 쓸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같은 통화운용의 결과가 나오는 것은 추석·구정등 계절적 요인과 대통령선거등 불규칙 요인에 의해 어차피 들쭉날쭉해질 수밖에 없는 통화운용을 항상 전년동월비 총통화증가율이라는 잣대에만 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4월의 총통화증감이 그토록 심한 들쭉날쭉 현상을 보이게된 근본원인은 87년말의 대통령선거에 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방만하게 풀린 돈을 단속하기 위해 정부와 한은은 88년1∼3월간 무려 6조5천3백48억원어치의 통화안정증권을 발행, 총통화잔액은 심한 굴곡현상을 보였다.
그때의 굴곡이 당시로 끝났으면 좋았을텐데 문제는 올들어서도 다시 지난해의 총통화잔액에다 「전년비증가율」이라는 잣대를 대놓고 그 눈금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실제 공급되는 통화의 양은 춤을 출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아가 통화당국은 벌써부터 내년 1∼5월의 통화관리도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한다.
올 상반기와 똑같은 현상이 내년에도 다시 반복될 것이 뻔히 내다보이기 때문이다.
재무부나 한은의 많은 관계자들도 그같은 문제점을 인식, 『총통화증가율에 집착하는 통화관리방식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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