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손 대 스콜라리 외국인 감독들 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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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한국시간) 겔젠키르헨에서 열리는 잉글랜드-포르투갈의 8강전은 '마지막 남은 외국인 감독끼리의 결전'으로 관심을 끈다.

이번 대회에는 15명의 외국인 감독이 팀을 이끌었다. 딕 아드보카트(한국), 거스 히딩크(호주) 등 13명이 탈락했고, 1948년생(58세) 동갑인 잉글랜드의 스벤 예란 에릭손(스웨덴 출신)과 포르투갈의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브라질 출신)만 남았다.

두 사람 중 더 절박한 쪽은 에릭손이다. 그는 독일 월드컵이 끝난 뒤 잉글랜드 대표팀 지휘봉을 놓기로 돼 있다. 따라서 포르투갈전이 고별경기가 될 수도 있다. 마이클 오언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공격력도 약해졌다. 에릭손은 스콜라리에게 두 차례 쓰라린 패배를 맛본 적이 있다.

2002 월드컵 8강전에서 잉글랜드는 스콜라리 감독이 이끈 브라질에 1-2로 역전패해 탈락했다.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4) 8강전에서도 스콜라리가 벤치에 앉은 포르투갈과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6으로 졌다.

에릭손의 인기는 바닥이다. 졸전 끝에 1-0으로 이긴 에콰도르와의 16강전을 보고 나오는 잉글랜드 팬에게 "잉글랜드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대번에 "매니저(감독)"라며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흔들었다.

스콜라리는 느긋한 표정이다. 2002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포르투갈을 8강까지 끌어올렸으니 '기본'은 한 셈이다. 남은 경기는 일종의 보너스다. 2002 월드컵 우승 감독으로서 경험도 풍부하다. 월드컵 11연승(2002년 브라질 7승, 2006년 포르투갈 4승)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남아 있는 최다 연승 기록이다. 잉글랜드를 꺾으면 12연승을 달성함과 동시에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3위) 이후 최고 성적을 포르투갈에 안겨주게 된다.

하지만 스콜라리도 걱정은 있다. 네덜란드와의 16강전에서 이바노프 주심(러시아)이 남발한 레드카드 때문에 '야전 사령관' 데쿠와 공격수 엘데르 포스티가가 8강전에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쾰른=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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