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제3의 위헌소송 이어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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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헌재는 최대 쟁점이던 '시장지배적 사업자' 조항에 대해선 "신문 점유율은 독자의 선택"이라고 명쾌히 정리했다. 그러나 '제 3자 시정권고' 등 많은 조항을 각하했다. 헌재가 아예 판단을 하지 않았기에 이후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합헌으로 결정난 조항이라 하더라도 법 해석이나 집행을 둘러싸고 공방이 예상된다(표 참조).

◆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 없애야"=헌재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규정한 신문법 17조(1개사 30%, 3개사 60% 이상 시장 차지할 때 추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이 조항은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다. 이에 따라 법에서 관련 부분을 들어내거나, 기준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헌재는 '독자의 선택을 문제 삼을 수 없다'는 판단과 함께 '점유율의 기준도 모호하거나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숭실대 강경근(법학) 교수는 "그렇다고 신문의 성격에 따라 점유율을 산정할 경우 큰 혼란이 예상되고 오히려 메이저 신문을 규제하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며 "헌재의 뜻을 받아들여 조항을 아예 빼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 매체 겸영 논의 활발해질 듯=헌재는 신문.방송의 겸영을 금지한 신문법 조항에 대해선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 준거는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이다. "겸영 금지의 규제정책을 지속할 것인지 지속한다면 어느 정도로 규제할 것인지의 문제는 입법자의 미디어 정책적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정권이 바뀌거나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보기술(IT)의 발전과 미디어 융합의 가속화로 매체 간 벽을 긋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간 세계 추세에 걸맞은 미디어 정책의 전환을 요구해 왔다. 헌재 결정 이후 그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순천향대 장호순(신문방송학) 교수는 4월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일정한 시장점유율 상한선을 전제로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해 신문사들이 미디어 복합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과도한 경영자료 신고 요구는 위헌 소지"=신문사가 경영자료를 신고하게 한 조항은 합헌으로 결론났다. 그러나 신고 항목과 공개 방법을 둘러싸고 여전히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신문협회는 "신문발전위원회가 요구한 자료들은 경영상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신고항목을 재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신문발전위는 최근 신문사들에 판매지원금과 광고수수료까지 적어내게 했다. 강경근 교수는 "법이 합헌이라 해도 시행령에 따라 과도한 경영자료를 요구할 경우 새로운 헌법소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제2의 위헌소송 가능성도=신문의 사회적 책임이나 신문유통원 설립, 제3자 시정권고 등의 조항에 대해 헌재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법소원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외국어대 문재완(법학) 교수는 "헌재가 조항 자체의 정당성 여부는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하 결정이 합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각하 결정이 내려진 몇몇 조항에 대해 일부 재판관이 위헌 판단을 내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해당 조항 때문에 피해를 본 개인이나 법인이 위헌 소송을 낼 경우 신문법 등에 대한 또 다른 헌법 논쟁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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