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쓸쓸한 서해교전 4주기 추모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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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일 월드컵 결승전을 하루 앞둔 2002년 6월 29일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의 선제 기습포격으로 시작된 서해교전은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기 위한 북한의 의도된 무력도발이었다. 교전 과정에서 6명의 장병이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영토 보전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 장례식에 참석해야 마땅했지만, 장례식은커녕 해마다 열린 추모식에도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NLL에 대한 합리적 공존방안을 찾아내야 한다"며 NLL 재획정을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니 도대체 무엇을 위해 아까운 목숨을 바쳤는지 모르겠다는 원망 섞인 한탄이 유가족들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닌가.

조국을 위해 생명을 바친 호국 영령과 유가족에 대한 국가의 배려와 보살핌은 제대로 된 국가의 기본 의무이자, 보훈의 첫걸음이다. 그 어떤 정치적 고려도 보훈의 원칙에 우선할 순 없는 것이다. 정부의 관심에서 멀어진 쓸쓸한 서해교전 추모식을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가족을 군대에 보낸 사람들의 심정이 어떨지 정부는 곰곰이 헤아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