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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익따라 다르다" 북 인권 비난 삭제, 중국 나치와 비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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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3일 '2018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며 "중국은 인권에 관한 한 '그들만의 리그'에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미 국무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3일 '2018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며 "중국은 인권에 관한 한 '그들만의 리그'에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다.[미 국무부]

미 국무부가 13일(현지시간) 공개한 ‘2018년 국가별 인권 실태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의 “지독한 인권 침해”란 표현을 삭제했다. 대신 중국을 향해선 1930년 대 나치 수용소와 비교하며 수백만명 이슬람 소수 민족을 구금하고 있다며 비난 수위를 높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인권 보고서를 공개하며 북한은 언급하지 않은 채 “중국은 인권 침해에 관한 한 ‘그들만의 리그’에 속해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을 진행 중인 북한은 보호하는 한편 G2 라이벌인 중국을 주 공격 대상으로 겨냥한 셈이다.

인권보고서, "국익위해 인권 관계없이 외교" #"북한 정부 극심한 인권침해" 표현 삭제 #김정남 암살 재판 넣고, 웜비어 사망 빼고 #중국 이슬람 민족 수용소 "1930년대 연상"

폼페이오 장관은 보고서 서문에서 미 국익에 따라 국가별로 인권 잣대를 달리 적용하겠다는 의도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 행정부의 정책은 미국의 이익을 증진할 수 있다면 그들의 인권 전력(record)과 상관없이 다른 정부와 교류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는 각국 정부들이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존중할 때에만 지속적인 안정과 번영, 세계 안보에 있어 미국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 보고서의 서문에 대놓고 인권과 상관없이 외교 관계를 추진한다는 게 정부 정책이라고 천명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쇼끄지 살해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동맹을 유지하고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없이도 비핵화 외교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발표한 2017년 보고서는 서문에서 중국, 러시아, 이란과 북한을 일상적으로 국경 내 사람들에게 인권 침해를 자행하는 사례로 언급했지만 올해는 국가명을 뺐다. 북한 부분 개요도 지난해엔 “북한 주민들의 정부에 의해 거의 모든 범주의 지독한 인권 침해에 직면하고 있다”며 사법절차에 의거하지 않은 살인과 실종, 자의적 체포ㆍ구금과 고문, 정치범 수용소를 열거했다. 올해 보고서는 정부의 지독한 인권 침해 표현을 삭제한 대신 “북한의 인권 문제는 다음과 같다”며 정부에 의한 불법적인 살인, 실종, 고문 등을 열거하는 객관적 서술투를 보였다.
마이클 코작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기자회견에서 “지독한” 표현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각국 비교를 편하게 새로운 형식을 채택해 간소화했기 때문”이라며 “북한은 그 표현에 걸맞는 무수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의미는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마이클 코작 미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가 13일 "보고서를 간소화하며 '북한 정부의 극심한 인권침해' 표현이 빠졌지만 의미는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국무부]

마이클 코작 미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가 13일 "보고서를 간소화하며 '북한 정부의 극심한 인권침해' 표현이 빠졌지만 의미는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국무부]

보고서는 또 “비정부기구(NGO)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경 경비대는 허락없이 국경을 이탈하려는 주민을 사살하라고 명령 받았으며 정치범 수용소 경비대원들도 탈출 기도자에 대한 사살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를 인용해 2012~16년 140명의 정부 관리를 포함해 340명을 공개 처형했다고도 적었다.
2017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한 혐의로 두 여성이 재판을 받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북한에서 15개월 간 억류된 뒤 미국으로 송환되자마자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에 대해선 기록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하노이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웜비어에 대해서 뒤늦게 알았으며 그가 당시에 몰랐다고 한 말을 믿는다”고 했다가 국내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던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에 대해선 폼페이오 장관과 코작 부차관보가 이날 회견에서 공세를 집중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연설에서 “중국은 인권침해에 관한 한 그들만의 리그에 있다”며 “2018년 한 해에만 중국은 이슬람 소수 집단의 구금 작전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100만명 이상의 위구르, 카자흐족과 다른 이슬람 민족들이 자신의 신앙과 민족성을 지우는 재교육 캠프에 구금돼 있다”고 공개했다.
코작 부차관보는 이어 회견에서 “이것과 비슷한 일은 1930년대 이래 볼 수 없었던 일”이라며 “일부 통계에서 수백만명을 수용소에 구금하고 고문하고 학대하고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그들의 문화와 종교와 그들의 DNA를 말살하려는 것은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슬람 소수인종 탄압과 관련해 “중국 정부는 처음엔 이들 캠프가 있다는 사실조차 부인했지만 지금은 일종은 직업훈련소들이 있으며 모두 자발적인 성격이라고 한다”고 소개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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