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만에 시총 9600억 ‘바이오 기대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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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증시에 상장한 지 석 달도 안 돼 기업가치(시가총액)가 9600억원대로 늘어난 바이오 벤처기업이 있다. 13일 장중 한때 시가총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차세대 면역 항암제를 연구·개발하는 코스닥 상장사 유틸렉스다. 2015년 자본금 2000만원에 회사를 설립한 지 4년 만에 이룬 성과다.

작년 12월 코스닥 상장 유틸렉스 #“차세대 면역 항암제 개발 중”

권병세

권병세

권병세(72·사진) 유틸렉스 대표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주가 움직임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회사가 개발한 치료제가 환자를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라며 “지금 주가가 아무리 많이 올라도 나중에 치료제가 효력이 없으면 결국 ‘꽝’”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13일 증시에서 13만2200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공모가(5만원)보다 160% 넘게 올랐다. 회사의 시가총액은 9602억원으로 두산중공업(9137억원)·SK가스(8520억원)·아시아나항공(8445억원)보다 비싼 기업이 됐다.

권 대표는 “주가 상승보다는 회사가 연구·개발하는 면역 항암제가 임상시험과 기술수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는 게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치료제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정직하고 정확하며 하자가 없는 과학이라면 제대로 된 치료제가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생물학 석사 학위를 받은 권 대표는 1980년대 초반 미국으로 건너갔다. 예일대와 조지아 리젠츠대 등을 거쳐 인디애나대 의대에서 종신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 활동을 했다. 국내로 돌아온 뒤 울산대 교수(화학생명과학부)를 거쳐 2015년부터 유틸렉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권 대표는 “젊은 시절 과학을 연구하면서 발견했던 면역 물질들이 3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에 감회가 깊다”며 “이제부터 진짜 승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13일 기준으로 1837억원에 이른다. 그는 유틸렉스 주식 138만9992주(지분율 19.1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부인과 자녀들을 포함해 권 대표 가족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3600억원이 넘는다. 다만 상장 후 3년 동안은 주식을 팔지 않기로 하고 한국예탁결제원에 보유 주식을 맡겼다.

권 대표는 “한국 바이오와 미국 바이오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제품을 개발해 기술력을 증명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유틸렉스의 직원 수는 71명(지난해 말 기준)이고 그중 25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연구개발을 위한 현지법인도 운영 중이다.

권 대표는 “미국에서 30여 년, 한국에서 20여 년간 수많은 지원금을 받아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며 “많은 도움 끝에 나온 결과물인 만큼 언젠가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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