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행복한책읽기Review] 쌍둥이도 아닌데 똑같은 너와 내가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노블하우스, 2005년

쌍둥이도 아닌데 이 세상에 나와 하나부터 열까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있다면? 나는 나로서의 고유성과 존엄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나는 단지 루이 뷔통의 싸구려 짝퉁이나 위조 지폐같은 존재에 불과한 건 아닐까. 1993년 발표된 '레몬'은 생명복제로 인한 정체성, 난자 불법취득, 대리모 등 민감한 문제들을 건드려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작품이다. 생면부지의 두 소녀 마리코와 후타바는 각각 의문의 죽음으로 엄마를 잃는다. 평소 "나는 왜 엄마와 전혀 닮지 않았을까"라는 궁금증에 시달렸던 마리코와 "록밴드 활동을 하는 건 좋지만 절대로 프로로 데뷔하거나 TV에 출연하면 안된다"고 이르던 엄마를 의아하게 여겼던 후타바. 둘은 우연히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충격적인 사건의 전모에 한 걸음씩 다가간다.

묵직한 주제에 눌리지 않고 빠른 템포로 전개되는 이야기와 군더더기 없는 문체 덕분에 책장이 착착 넘어간다. 공학도 출신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85년 신인에게 주는 권위있는 추리문학상인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