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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이’와 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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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송우영 JTBC 사회2부 기자

송우영 JTBC 사회2부 기자

태국에 가면 어디에서나 쉽게 ‘툭툭이’를 만날 수 있다. 뒷좌석에 두 명이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리어카처럼 생긴 소형 택시다. 차로 20분 이내의 거리에 갈 때 주로 타는데 우리 돈으로 3000원 정도를 받는다.

신기해서 탄 툭툭이에 대해 놀란 것이 또 있다. 한 태국인이 “외국인에게는 비싼 요금을 받지만, 우리는 20바트(약 700원) 정도를 낸다”고 했기 때문이다. 관광객용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지인들에게도 툭툭이는 유용한 이동 수단이었던 것이다. 비록 가격 차이가 있긴 했지만. 태국에는 툭툭이 외에도 ‘유사 택시’가 많다. 아시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은 다른 사람의 차를 타는 일종의 카풀 택시다. 방콕에는 ‘오토바이 택시’도 있다. 스마트폰 앱에 자신의 위치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데리러 오는데, 15분 정도를 타면 3000원 정도의 요금이 나온다.

이들은 불법이지만 단속은 거의 없다. 한 그랩 기사는 “승객들이 좋아서 타는 것이기 때문에 단속은 거의 없지만, 걸려도 기사만 벌금을 내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기사가 신분이 확인된 사람인지, 사고가 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불안감도 들었다.

반대로 노르웨이에서는 택시가 ‘탈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여행 중 다른 도시로 이동하다 열차가 고장 나 늦은 시간에 도착한 적이 있다. 예약한 호텔에 전화를 했더니 “지금은 20분 정도 택시를 타고 오는 방법이 유일한데, 요금이 방값(약 10만원)의 2배가 될 테니 그냥 가까운 호텔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역시나 노르웨이에서 만난 한 친구는 “비싼 택시만 있어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했다. 대신 “버스와 기차 등이 발달해 불편한 점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중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 택시가 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논쟁이 뜨겁다. 카풀에서 시작됐지만, 택시 외의 유상 운송을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에서부터 차량 공유는 물론 다양한 플랫폼 택시 서비스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택시만 남겨 승차 거부 없는 친절한 운행이 될 개선책을 찾든, ‘그랩’과 ‘툭툭이’도 자유롭게 다니며 경쟁할 수 있는 도로를 만들든 선택은 우리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건 그 중심에 이용자들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펫 택시’든 ‘여성 전용 택시’든 정말 사람들이 원하는 것인지를 살피는 것이 먼저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거친 논쟁 속에서, 매일 긴 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묻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송우영 JTBC 사회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