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뽑은 한국 축구 “우린 BTS에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이강인. [연합뉴스]

이강인. [연합뉴스]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확 젊어졌다. 오는 9월 시작하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성장 가능성이 큰 기대주가 대거 뽑혔다. 벤투 감독은 11일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국내에서 열리는 A매치 2연전에 나설 국가대표 27명을 발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8위 한국은 22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볼리비아(60위),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12위)와 각각 맞붙는다.

세대교체 대표팀 3월 A매치 출전 #미드필더 13명 중 8명 25세 이하

이날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리는 18세 유망주 이강인(발렌시아)이다. 만 18세 20일에 A팀에 뽑혔다. 역대 A팀 선발자 중 최연소 순위로는 7위에 해당한다. 볼리비아전(22일) 당일 이강인 나이는 만 18세 31일이다. 만약 출전한다면 김판근(17세 241일)·김봉수(18세 7일)에 이어 A매치 데뷔 기준으로는 최연소 3위다.

벤투 감독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강인은 어리지만, 성장 가능성이 크다. 소속팀 1군에서는 윙 포워드로, 2군에서는 중원의 공격형 미드필더나 섀도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며 “훈련과 경기를 통해 대표팀에선 어떤 역할을 맡길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에 이강인 외에도 ‘젊은 피’를 대거 수혈했다. 특히 ‘허리’가 눈에 띄게 젊어졌다. 미드필더 백승호(21·지로나)와 권창훈(25·디종)이 벤투호에 첫 승선했고, 김정민(20·리퍼링)도 이름을 올렸다. 기존 멤버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 나상호(23·FC도쿄), 황인범(23·밴쿠버 화이트캡스), 이진현(22·포항)까지 더하면, 미드필더 13명 중 25세 이하가 절반이 넘는 8명이다. 골키퍼도 베테랑 김진현(32·세레소 오사카) 대신 구성윤(25·콘사도레 삿포로)을 발탁했다.

축구대표팀 3월 매치 소집 명단

축구대표팀 3월 매치 소집 명단

젊은 선수 위주로 구성한 대표팀에 대해 축구계와 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강인 등 유망주가 성장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됐다는 점에서다. 한 팬은 “축구대표팀에도 BTS(벤투소년단)가 결성됐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벤투 감독은 “새로 뽑은 젊은 선수들이 기성용(30·뉴캐슬),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 등 대표팀에서 은퇴한 베테랑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카드는 아니다”며 “(9월 시작하는)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두고 최대한 많은 선수를 뽑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강인이 A팀에 합류함에 따라, 5월 폴란드에서 열릴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벤투 감독은 “필요하다면 (이강인을) U-20 대표팀에 보낼 수 있다”고 말했지만, 소속팀(발렌시아)에서 차출에 응할지가 미지수다. 유럽 축구계는 A팀에 뽑힌 선수의 경우, 연령별 대표팀에선 뽑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더구나 U-20 월드컵은 A매치와 달리 소속팀이 선수 차출에 응할 의무가 없는 대회다. 이날 파주NFC에서 U-20 대표팀을 소집한 정정용(50) 감독은 “이강인은 팀에 큰 보탬이 될 선수다. 소속팀을 찾아가 삼고초려 해서라도 강인이를 U-20 월드컵에 데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파주=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