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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지나 난청 진단받은 탄광 노동자…법원 “업무상 재해”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9월, 탄광촌 사진작가 박병문이 전시한 탄광촌 노동자의 사진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지난해 9월, 탄광촌 사진작가 박병문이 전시한 탄광촌 노동자의 사진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퇴직한 지 24년이 지나 난청 진단을 받은 탄광 노동자에 대해 법원이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광산에서 수년간 일하며 노출된 소음이 난청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면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김주현 판사는 탄광 노동자 김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급여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28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김씨는 1979년~1992년 12년 4개월간 두 개의 광업소에서 땅을 파고 석탄을 채굴하는 작업을 하다 퇴직했다. 이후 24년이 지난 2016년, 한 이비인후과의원에서 처음으로 난청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지속적으로 소음을 유발하는 업무 환경 때문에 난청이 생겼으니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장해급여를 지급해달라고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탄광 업무와 난청 발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장해급여 지급을 거절했다. 김씨가 고령인 데다 24년이나 지났다는 이유였다. 이에 김씨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김씨에게 생긴 난청이 탄광 작업으로 인한 '소음성 난청'인지, 고령으로 자연스럽게 생긴 '노인성 난청'인지 여부였다.

법원은 “근로복지공단이 장해급여를 지급하라”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김씨의 난청은 광산에서 수년간 작업하며 지속적으로 노출된 소음으로 인한 소음성 난청이거나, 기존의 노인성 난청이 자연적 진행경과 이상의 속도로 악화되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보았다.

보통 소음성 난청은 85dB(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3년 이상 노출되어야 업무성 질병으로 인정되는데, 통상 광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100데시벨 이상인 점을 고려해서다. 김씨가 24년이 지나서야 난청 진단을 받은 것도 “소음성 난청 특성상 초기에는 자각하기 어렵고 한참 지나서야 불편을 느낄 정도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김씨의 연령, 직업력, 청력검사결과 등을 종합했을 때, 소음성 난청과 노인성 난청이 섞여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법원 감정의의 소견도 참고했다. 설령 노인성 난청이 일부 섞여 있어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증상이 발현된 것이라면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박사라·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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