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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속 콜탄 0.02g… “폰 바꿀 때마다 콩고 주민 죽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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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6호 09면

SPECIAL REPORT

지난 2017년 12월 치러진 민주콩고 내 유엔평화유지군 소속 탄자니아 병사들의 장례식. 이들은 반군들에게 희생됐다. [AP=연합뉴스]

지난 2017년 12월 치러진 민주콩고 내 유엔평화유지군 소속 탄자니아 병사들의 장례식. 이들은 반군들에게 희생됐다. [AP=연합뉴스]

0.02g.

분쟁 악순환 ‘자원의 저주’ #휴대폰 전류 조절하는 핵심 원료 #미국서만 1년 새 소비량 27% 늘어 #반군의 돈줄 노릇, 주변국서 군침 #르완다는 밀수만으로 최대 수출국 #주민들 한끼만 먹고 혹사 당하며 채취

스마트폰 한 대에 들어가는 탄탈륨의 양이다. 22g가량 쓰이는 알루미늄의 1100분의 1 수준이다. 이 소량의 자원 때문에 전쟁이 그치지 않았다. 콩고민주공화국(이하 민주콩고)의 얘기다. 콩고에는 전 세계 콜럼바이트-탄타라이트(콜탄)의  70~80%가 매장돼 있다. ‘자원의 저주’다.

콜탄은 처리 과정을 거쳐 탄탈륨이 된다. 합금하면 강도가 세지고 전하량도 높아 광학용 분산유리와 TV·절삭공구·항공기 재료 등에 쓰이며 휴대폰에도 들어간다. 콜탄 생산량의 3분의 2는 전자제품의 캐퍼시터를 만드는 데 쓰인다. 캐퍼시터는 전류를 조절해 단말기의 부품이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장치다.

지난해 콜탄 1위 생산국은 민주콩고다. 2위는 르완다. 두 나라가 전 세계 생산량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의하면 미국에서만 1년 새 소비량이 27% 늘었다. 지난해 9월 1kg당 값이 224달러였다. 1월의 193달러에서 16%가 올랐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직전인 2006년 1kg당 70달러에서 300% 넘게 올랐다. 지난해 전 세계 채굴량은 1800t이다.

이 콜탄이 민주콩고의 내전 장기화에 한몫했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왔다. 휴대폰 이용자들이 기기를 바꿀 때마다 콩고 국민 수십 명이 죽는다는 말도 있다. ‘피 서린 휴대폰(bloody mobile)’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다. 콩고 내전은 1996년 시작돼 2003년 공식 종료됐다. 이후로도 크고 작은 분쟁이 그치질 않고 있다. 이 기간에 500만 명이 희생됐다. 김동석 국립외교원 교수는 “민주콩고에서는 우간다·르완다와의 접경에서 아직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며 “콜탄이 많이 나오는 동북부 지역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민주콩고 정부는 반군인 콩고민주회의를 제압하기 위해 앙골라·짐바브웨 등에 자원 채굴권을 건네주고 군사 지원을 받았다. 반군은 민주콩고 동북부 키부 지역을 거점으로 삼으며 콜탄을 자금줄로 썼다. 주민들은 반군에게 끌려가 노예처럼 광산에서 혹사당하며 하루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했다. 손으로 강바닥 흙을 넓적한 통에 담은 뒤 무거운 콜탄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 채취한다. 미국 ABC방송은 “전형적인 19세기식, 원시적 채취 방법”이라고 보도했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블러드 다이아몬드’에 나온 시에라리온 내전처럼 자원이 전쟁의 수단이고 목적이 됐다. 콩고 내전에 참여한 우간다·브룬디는 반군을 통해 받은 콜탄 밀수로 큰돈을 벌었다. 콜탄도 안 나는 르완다 역시 민주콩고에서 빼돌린 콜탄으로 최대 수출국이란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국제사회가 의혹의 눈길을 보내자 2015년 1월 폴 카가메 대통령는 “르완다는 민주콩고의 콜탄을 훔치지 않았으며, 언제든지 국제사회의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변국들이 돈을 확보하기 위해 내전을 끌게 됐다고 분석한다. 김광수 한국외대 교수는 “르완다·우간다 등은 콩고의 통치력이 약한 곳인 동부지역에서 내전을 확대시켰다”며 “콩고는 언제든지 주변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내전의 소용돌이에 다시 휘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콩고 내전은 콜탄을 비롯한 자원 때문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복합적이라는 것이다. 자원경제학자 마이클 네스트는 “지역 세력 간의 정치적 우위와 경작지를 점하기 위한 투쟁, 종족 갈등 그리고 자원 획득 경쟁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유엔은 2000년 초의 콩고의 지역 분쟁 1500건 중 자원과 관련된 것은 8%에 그친다고 봤다. 그런데도 콜탄은 반군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무장세력이 광산이나 채굴기업에서 약탈하거나 직접 콜탄 채취에 관여했으며, 콜탄 유통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기업들과 교류하며 콜탄 수출에 직접 손을 대는 방법을 사용했다. 현재도 동부 키부 지역엔 동맹민주군(ADF)이라는 무장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서구기업 수십 곳, 콩고의 콜탄 거래와 연루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노천광산에서 인부들이 콜탄을 채취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콩고민주공화국의 한 노천광산에서 인부들이 콜탄을 채취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 콜탄은 유럽·미국으로 흘러갔다. 유엔이 2001년에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서구 기업 수십 곳이 콩고의 콜탄 거래와 연루돼 있다고 밝혔다. 벨기에 10곳, 네덜란드 4곳, 독일 3곳, 영국 2곳 등이다. 유엔은 또 2002년 보고서를 통해 불법 콜탄 매매에 관련된 벨기에·남아공·짐바브웨·르완다·우간다·콩고 기업들에 제재가 필요하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은 “콩고 주민에게는 탄탈륨이 들어간 휴대폰을 갖는 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휴대폰 때문에 그들은 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은 2010년 도드-프랭크법 제1502조를 만들어 기업들이 민주콩고의 분쟁광물을 이용했는지를 공개하도록 강제했다.

콜탄 채취 광풍이 불자 고릴라 개체 수도 줄었다. 민주콩고에 서식하는 그라우에이 고릴라는 1995년 1만7000마리에서 2016년 3800마리로 77%나 줄었다고 야생동물보호협회가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민주콩고 대통령선거에서 야당 민주사회진보연합의 펠릭스 치세케디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야당 지도자 마르탱 파율루 후보는 대선 결과에 불복했다. 정치 불안으로 이어져 내전이 재점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김동석 교수는 “민주콩고·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 국가들의 풍부한 자원은 그들의 내전 원인 중 하나”라며 “자원에 대한 욕심을 부리면서 자원을 잘못 운용해온 점이 전쟁을 부채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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