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혈 사태|대만 입지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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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천안문 광장 시위대 유혈 진압 이후 중국 본토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대만이 국제사회에서 정치적·경제적으로 임지를 크게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대만 내부적으로는 정부의 공존전략에 대한 확신과 최근에 불기 시작한 민주화 바람에 대처하는 국민당 정부의 설득력이 강화되어 내년 3월로 임기가 끝나는 「리둠후이」(이등휘) 총통의 재임 가능성을 더욱 높여줄 것이다.
현재 대만과 공식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23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이 차례로 대만에 등을 돌리고 중국과 외교관계를 새롭게 맺을 당시 국민당 정부는『공산주의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말로 이들 나라들을 설득했다.
천안문 사건 이후 대만은 당시의 주장을 상기시키면서 각국 정부가 중국의 지도자들을 비난케하는 세계적인 캠페인을 벌일 태세다.
대만은 그 동안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 사회에서의 실지를 회복하려고 꾸준히 노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은 사회주의 중국의 정치적 파탄을 뜻하는 천안문 사건 이후 더욱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필리핀이 미국의 「대만 관계법」을 본뜬 경제 정상화 입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며 필리핀과 함께 말레이시아도 대만에 무역 사무소 개설을 추진중에 있다.
또 영국·프랑스·서독 등 유럽 국가들도 최근 대만행 비자발급을 쉽게 하고있으며 비공식적인 무역사무소의 수준 격상을 포함, 대만에 무역 사무소를 설치한 국가의 수가 63개국에 달하고 있다.
천안문 사건이 대만에서 일으킨 또 하나의 변화는 본토 수복 정책 수정의 확인이라는 것이다.
지난 75년 「강제스」(장개석) 총통이 사망하기 전까지만 해도 본토에서 반정부 소요가 발생할 경우 군사력을 동원해 실지를 회복한다는 통일전략이 견지됐다.
실제 이번 천안문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 7일 장의 추종자였던「위궈화」(유국화) 전행정 원장은 『본토를 공산주의자들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때가 왔다』며 『우리는 즉각 강력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만본성 출신의 이 총통은 『이 순간 우리가 본토를 효과적으로 지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용기를 가지고 직시해야한다』고 강조하고 군에 비상 경계령을 내리면서 이는 본토를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백히 했다.
이 총통은 지난해 1월 취임 이래 「덩샤오핑」(등소평) 의 「1국 2체제」안에 대항해 오는 97년 홍콩 반환후를 겨냥, 양국의 동등한 공존을 인정하는「1국 2정부」안을 주장해왔다.
이는 지난 48년 제정돼 국민당에 초헌법적인 권한을 인정한 「동원반란진정시기임시조관」 (동원반난진정시기임시조관) 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당 원로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당내 보수 세력의 반발보다 천안문 사건이 오히려 「1국2정부」구상 아래 본토와의 접촉을 꾸준히 추진해온 이 총통에게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만 정부의 본토 방문 허용에 따라 60여만명이 본토를 다녀오면서 대만의 압도적인 경제우위를 전파시켜왔고 또 홍콩을 통한 간접무역으로 대만은 실리를 취해왔었다.
본토와의 간접 무역은 지난 2년 사이 급격히 늘어나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50%가 증가한 24억달러를 기록했으나 이번 사태로 어느 정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천안문 사건은 결국 대만 정부의 본토 접근 움직임에는 제동을 걸면서 국제 사회에서의 위치는 강화시켜주는 양면에서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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