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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부를 일 아닌데 왜 불렀느냐" 가정폭력 2차피해 24% 경찰·검찰·법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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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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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가해자 10명 중 6명은 ‘전·현 배우자’였다. 또한 피해자 10명 중 3명은 2차 가해를 당했다. 주로 가족·지인에게 당했고, 수사기관에서도 당했다. 2018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는 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1579건의 초기상담(재상담 제외)을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전체 폭력상담 중 가정폭력은 644건(40.8%)이었다. ‘전·현 배우자’가 가해자인 경우는 65.2%(420건)로 가장 많았다. 그중 현재 배우자(61%)가 대다수다. 다음으로 부모(13.8%)가 뒤를 이었다. 가해자 부모는 주로 친부모(84건)였고 계부모(5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자료 2018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자료 2018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신체·성적·정서·경제적인 폭력이 발생했다. 또 폭력 유형이 두 가지 이상 같이 나타난 경우도 62%에 달했다. 신체적인 폭력은 손발로 구타(32.5%)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물건 던짐(21.4%), 당기거나 밀침(15.2%). 힘으로 제압(9.8%) 등이 뒤를 이었다. 흉기로 위협(9.0%)하는 경우도 있다.
 성추행(9.8%)도 적지 않다. 강간(6.4%), 성관계 강요(5.6%). 성적 의심(의처증)(3.6%) 순으로 성적 폭력이 나타났다. 정서적 폭력은 폭언·멸시·욕설이 52.3%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경제적인 폭력은 생활비를 내지 않거나 통제하는 경우( 22.5%)가 가장 많았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30.6%(197건)가 2차 피해를 경험했다. 이 중 55.3%는 피해자·가해자의 가족·주변인에게 당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말하려면 진작 할 것이지 왜 이제야 그러냐” “네 남편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니 참고 살아라”처럼 폭력을 은폐·외면하는 사례가 많았다. 또는 “(가해자를) 괴물로 만든 것은 네 탓이다”와 같은 말로 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경우도 있었으며 “남자는 바람을 좀 피울 수도 있다”와 같이 피해자의 인권보다 가정유지를 더욱 중요시하는 피해사례가 있었다.

가족 외에 경찰·검찰·법원에서 겪은 2차 피해(23.8%)도 작지 않았다. 경찰(18.8%)을 통한 2차 피해가 가장 컸다. 상담사례를 살펴보면 가정폭력 피해를 겪고 도움을 요청했을 때 “경찰 부를 일이 아닌데 왜 불렀냐”며 가정폭력을 가정사나 부부싸움으로 치부한 경우도 있다. 이밖에 “더 하신 분들도 처벌 안 한다‘라거나 ’피를 흘릴 정도면 전화하라‘며 가정폭력 피해자를 철저히 무시하는 사례도 있었다. 상담소 측은 “2차 피해 내용은 주된 상담내용에 포함된 사례만을 한정한 건수로, 실제 2차 피해 경험은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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