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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권에 한국화 첫나들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젊은 한국화가들의 작품이 패키지쇼의 형태로 서독과 헝가리 순회나들이에 나선다.
「동방의 빛」이란 이름의 이 전시회는 베를린시립미술관과 부다페스트갤러리의 초대를 받아 작가 김병종씨(서울대교수)가 조직한 것으로 독일전은 7월4일부터 18일까지 15일간, 헝가리전은 7월21일부터 8월20일까지 한달동안 각각 열릴 예정이다.
독일과는 그간 개인, 혹은 그룹차원에서 작은 규모로나마 간헐적인 미술교류가 없지 않았으나 국교수립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전개에 때를 맞춰 한국미술이 헝가리에까지 진출, 소개되기는 이번이 사상 처음의 일이어서 주목된다.
커미셔너 김병종씨는 『작년 가을 베를린시립미술관의 디렉터와 로호화랑대표 노수강씨가 내한, 전시회조직을 위촉했었다』고 밝히고 『이제는 우리 한국화도 외국미술을 수용만할것이 아니라 이른바 현대미술의 센터라는 유럽·미주지역으로 적극 진출해 그들과 독자성및 현대성을 당당히 겨루어야 할때라는 생각에서 이를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번 서독·헝가리순회전에 작품을 낸 작가는 곽석손·김근중·김범종·김보희·김성은·김지현·김호득·박이선·배성환·백순실·문봉선·석철주·성선옥·사석원·심현희·오만진·오숙환·이승하·이양원·이윤희·이은숙·이종목·임효·장상의·전래식·정종해·정치환·조순호·차명희·최한동·하수경등 모두 32명.
30∼40대의 중견띠를 두르고 있는 이들 작가는 특히 「88현대한국회화전」「한국화신형상전」「89서울현대 한국화전」등 근년에 잇따라 열린 대규모한국화기획전을 통해 저마다 만만찮은 필력과 독자성을 과시하면서 한편으로는 한국화의 현대화라는 공동이념의 확보를 외해 뜨겁게 호흡을 가다듬어 왔다.
이들 패기의 청·장년세대 작가들에 의해 현대한국화는 각기 전통과 개성의 과도한 강조가 안겨준 미학적 역기능 때문에 보편성을 잃은채 지역미술로 전락해간 중국화·일본화의 전철을 밟지 않고 오히려 이 둘을 현대적 감성과 방법론으로 수용, 절충하면서 세계진출의 우위적 전망을 획득할수 있었다는게 전시회조직자인 김병종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따라서 이번「동방의 빛」전은 형상성과 비형상 경향들이 자연스럽게 망라되도록 세심한 배려를 했다』고 말하고 『비형상 경향만이 현대적이라는 단순논리도 옳지 않을뿐더러 한국회화의 뿌리깊은 특성인 형상성의 외연적 가능성을「현대」에 접목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의 하나이기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들었다.
이번 전시회에 조직자나 대다수의 출품작가들이 거는 기대와 궁금증은 독일, 혹은 동구권에서 꽃핀 표현주의적 감성과 기운생동에 바탕한 한국화의 미의식이 어떻게 상호 소통과 교호의장을 마련할수 있을까 하는것.
김씨는 두 미술에 고리를 놓는 이론작업의 일환으로 7월5일에는 독일 베를린시립미술관 전시현장에서 「한국회화의 혼과 그 풀이방법-정신의 내포와 방법의 외연」, 7월21일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갤러리에서 「한국회화의 어제와 오늘」이란 제목으로 슬라이드 해설을 곁들인 강연도 가질 계획이다.
김씨는 그러나 시간여유가 없어 작가및 작품선정을 비롯한 준비에 얼마간 무리가 있었음을 자인한다며 『이번 전시성과를 보아 전시회를 다시 조직, 워크숍등을 통한 충분한 사전준비과정을 거친 다음 내년께에는 소련과 폴란드등에서 본격적인 순회 패키지쇼를 갖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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