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피플] 푸틴 '오른팔 ' 크렘린 부실장 수르코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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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우리 민주주의가 뭐가 후퇴했다는 거냐."

러시아가 단단히 화났다.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은 최근 미국.유럽으로부터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잇따른 비난을 받으면서도 직접 대응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젠 좀 달라질 것 같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오른팔인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41.사진) 크렘린 행정부실장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수르코프는 28일 외국 기자들과 만나 "(서구 국가들의) 생각과 말은 종종 차이를 보인다"며 "속으론 러시아의 자원에 관심이 있으면서, 말로는 민주주의를 떠든다"고 공격했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4일 리투아니아를 방문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그루지야 등의 민주주의 성과까지 뒤집으려 한다"고 비난한 것도 문제 삼았다. 수르코프는 "(체니가) 러시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이어 "우리의 민주주의를 비판한 사람이 (독재국가인)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높은 점수를 줬다"며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르코프의 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그가 크렘린 최고의 이론가로 통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석유 재벌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밑에서 일했던 그는 보리스 옐친 정권 시절 크렘린에 들어왔다.

푸틴 정권 들어 여당인 러시아연합당 창당의 산파 역할을 하고, 푸틴의 대선 승리에 결정적 공헌을 하면서 최고 실세가 됐다. 그러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막후에서 움직이기를 즐기는 편이다.

수르코프는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주권 민주주의'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열린 사회를 만들겠지만 외부의 개입은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9일 이에 대해 "러시아가 다음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G8(주요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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