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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으로 간 폼페이오, 북한 조준하는 볼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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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북한' 보다 '농촌', 그 이유는? 

"방금 하노이에서 북한과 협상을 하다 돌아왔죠, 폼페이오 장관님. 그런데 왜 지금 디모인(아이오와주 주도)에 계시는 겁니까?"

이례적으로 1박 2일 아이오와 농업 행사 참석 #6건의 인터뷰 중 북미회담 단 한마디도 없어 #볼턴은 인터뷰에서 회담 내막 거침없이 소개 #올 여름 폼페이오→볼턴 국무장관 교체설도

4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아이오와주 로컬 방송사 KCCI의 첫 질문은 이랬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답변은 준비한 '모범답안'과 같았다.

4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현지 농업 단체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국무장관의 농업 행사 참석은 이례적이다.

4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현지 농업 단체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국무장관의 농업 행사 참석은 이례적이다.

"아, 내가 여기 아이오와주에 있는 이유는 몇가지 있어요. 먼저 미 국무부의 가장 우선 고객인 미 국민들과 우리(국무부)가 하는 일이 무엇이고, 또 왜 그런 일들을 하는지, 우리가 어떻게 미 국가안보와 아이오와 시민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있는 지 얘기하고 싶군요. 또 여기 농민들과 낙농업 종사자들의 성공을 돕고 있는 국무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까 해요."

폼페이오는 이런 인터뷰를 이날 하루에만 6건을 했다. 하지만 어떤 인터뷰에서도 북미정상회담 관련 발언은 내놓지 않았다.

폼페이오의 아이오와 방문은 미 농산품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서였다. 미중 무역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산 농산품 수출을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을 홍보하는 차원이기도 했다. 1박 2일 동안 아이오와주의 '미국의 미래 농부들' 단체 및 농업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갖는 게 주요 일정이었다. 아이오와주는 미국을 대표하는 농촌이다.

하노이

하노이

폼페이오 장관은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 미 대사의 아이디어로 내가 이곳에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브랜스테드는 주중 대사로 나가기 전 아이오와주 주지사였다.

하지만 귀국 이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경과를 알리고 후속 대책을 논하지 않고, 농무부 장관이 해야 할 '농촌 방문'에 1박 2일이나 할애하는 이유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목소리가 많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은 이미 상당기간 이전 부터 북한 문제에 대한 열정이 식은 상태"라며 "내년 캔자스 상원의원 선거 출마 쪽으로 기울고 있는 폼페이오의 생각은 '북한 문제로 정치적으로 상처를 입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인터뷰에서 폼페이오는 줄곧 "우리 아이오와나 캔자스는 앞으로 전세계를 20년, 40년, 60년 먹여 살릴 수 있다" "아이오와, 캔자스의 농민들은 공정한 운동장에서 (중국 등과) 경쟁을 할 기회가 있다" 등 자신의 선거구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일각에선 아이오와가 대선에서 첫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리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차기를 노리는 폼페이오의 깊은 의도가 이번 방문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 점에서 그동안 북한 문제에선 2선으로 물러나 있던 존 볼턴의 '하노이 이후'의 거침없는 행보는 대조적이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 출연해 북미정상회담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 출연해 북미정상회담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볼턴, 차기 국무장관 노리나?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워싱턴에 복귀한 직후인 지난 3일 CNN 등 세 곳의 방송사에 연달아 출연하며 하노이 회담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건냈다는 '빅딜' 문서의 존재, 영변 뿐 아니라 영변 외 대량살상무기(WMD) 폐기를 촉구한 점, 향후 '최대 압박' 전략을 계속할 방침 등도 밝혔다. 2차 회담의 결렬로 북미협상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볼턴이 기다렸다는 듯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워싱턴 외교가에는 "올 여름 쯤 폼페이오가 국무장관을 물러나고 볼턴이 그 뒤를 이을 것"이란 관측이 퍼지고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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