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신문시장 개편은 언론 자유 침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헌법재판소는 결론을 내렸지만, 신문법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29일 결정을 보면 헌재의 생각은 분명하다. 첫째 신문시장을 인위적으로 개편하는 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는 현재의 신문시장이 불공정거래의 산물이며, 이를 개혁하는 것이 언론의 자유에 부합한다는 논리를 폈지만 헌재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독자가 스스로 선택한 결과가 현재 모습이라는 것이다.

둘째로 헌재는 인격권을 중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언론중재법은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인격권을 더 중시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고의나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정정보도 청구를 인정하는 조항이 그 대표적인 예다. 잘못이 있을 때 책임진다는 법의 큰 원칙에 비춰 보면, 일견 무리한 입법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헌재가 이 조항을 합헌으로 인정한 건 언론에 의한 인격권 침해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재 결정에 아쉬움도 크다. 우선 그 의미도 불분명한 채 자리 잡고 있는 신문의 사회적 책임.공정성.공익성.편집권 관련 조항 등에 대해 위헌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점이다. 이는 헌법재판의 성격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헌법소원은 해당 법률 조항이 국민의 헌법상 권리를 현재 직접 침해할 때에만 제기할 수 있는데, 이들 조항은 그 추상적인 성격상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조항이 있는 것 자체가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견지에서 좀 더 적극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논란의 여지를 없앨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 밖에 신문.방송의 겸영 금지에 관한 조항에 대해 일부 합헌, 일부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점도 아쉽다. 신문사가 다른 신문사 또는 통신사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은 위헌이지만, 신문사가 방송사를 겸영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은 합헌이라는 판단은 많은 선진국의 입법 예에서 벗어난 것이다. 신문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 보면, 모든 매체를 기준으로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타당하다. 신문.방송의 겸영 금지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국회가 이 문제를 다시 검토하도록 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었다.

이날 결정으로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개정은 불가피해졌다. 그 내용과 폭을 놓고 앞으로 전개될 양상은 법을 만들 때보다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개정 과정에선 몇 가지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첫째, 위헌은 위헌의 취지대로 개정돼야 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은 '독자들이 선택한 신문시장의 지형을 인위적으로 개편하는 것은 어떠한 형태도 허용될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현 규정은 열린우리당과 일부 시민단체가 주장하던 과점 신문에 대한 규제방안 중 가장 약한 내용이었는데도 위헌으로 결정됐다. 대체 입법은 불가능하다.

둘째, 각하 결정을 받은 조항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각하 결정은 그 조항이 합헌이라는 뜻이 아니다. 본안 심사에 들어간 일부 재판관이 위헌으로 판단했다는 점이 중시돼야 한다. 더구나 신문의 사회적 책임 등이 각하 결정을 받은 것은 헌법소원의 요건을 못 갖췄기 때문이지, 그 내용이 정당한지에 대해 헌재는 검토하지 않았다.

셋째, 합헌 결정은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은 것이 확인됐을 뿐이지, 그 조항이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영자료의 경우 신고 자체는 합헌 결정을 받았지만 그 내용을 검증하는 과정에 요구되는 자료가 경영기밀에 해당될 경우 위헌성 시비는 여전히 남는다. 합헌 결정은 정당성의 보증수표가 아니다.

결국 헌재 결정으로 신문시장을 인위적으로 개편하고자 하는 신문법의 도입 목적에 손상을 입은 만큼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