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 때문에...' 유니폼 새로 갈아입은 김민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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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로 팀이 바뀌었다.

넥센 김민성이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자 환호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

넥센 김민성이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자 환호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

자유계약(FA) 시장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김민성(31)이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LG 트윈스에서 새출발을 한다. 키움은 5일 김민성과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3억원, 연봉 4억원, 옵션 매년 1억원 등 총액 18억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KBO 승인 절차를 완료하고 LG에 현금 5억원에 김민성을 내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일명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구단이 FA를 영입할 때 엄청난 규모의 보상을 피하고자 취하는 계약 형태다. LG는 김민성과 키움의 계약조건만 승계하면 된다.

김민성은 KBO리그 수준급 3루수로 꼽힌다. 통산 타율 0.278, 99홈런, 52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타율 3할을 넘겼다. 장타력도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두 자릿 수 홈런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몇 달간 FA 계약을 맺지 못하고 떠돌았다.

김민성은 FA 시장에서 '불운의 사나이'로 꼽힌다. FA 취득 일수 하루가 모자라 FA 시장에 1년 늦게 나오면서 사실상 'FA 대박 신화'를 이루지 못하고, 팀도 바뀌었다. 2007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김민성은 2010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로 트레이드됐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서류 부족 등을 이유로 승인를 유예했다.

적시타를 날리고 있는 김민성. [중앙포토]

적시타를 날리고 있는 김민성. [중앙포토]

이에 따라 김민성은 1군에 뒤늦게 등록돼 2010년 1군 등록일수를 138일로 마쳤다. 2007년 1군 등록일수 6일과 2010년 138일을 더하면 144일이다. FA에서 1시즌을 인정받기 위해서 딱 하루가 모자랐다. KBO에서는 1군 등록일수가 145일이 넘긴 시즌이 9년 이상인 선수에 대해 FA 자격을 부여한다. 이때 두 시즌을 더해 145일이 넘어도 1시즌으로 인정한다. 그런데 김민성은 두 시즌을 더해도 144일이 돼 1시즌을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1년 늦게 FA를 취득하면서 FA 시장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 사이 키움에는 김민성을 대체할 내야수가 속속 나타났다. 지난해 가을야구에서 송성문이 급부상했고, 임지열도 경찰 야구단에서 전역했다. 모기업이 없는 키움으로서는 큰 돈을 들여 김민성을 잡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 그러면서 김민성의 계약 시계는 점점 느려졌다.

넥센 김민성이 7회말 1사때 좌익수 앞 2루타를 치고 있다. 양광삼 기자

넥센 김민성이 7회말 1사때 좌익수 앞 2루타를 치고 있다. 양광삼 기자

결국 김민성은 지난 1월말부터 시작된 키움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김민성 측과 계속 이야기를 하는 중이라고 했지만, 계약에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김민성도 조급하게 접근하지 않았다. 키움과의 계약은 물론 다른 구단과의 계약에도 문을 열어뒀다. 한편으로는 지난달 초부터 일본 가고시마에서 개인 훈련을 하면서 몸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김민성은 키움에서는 매력적인 카드가 아니었지만, LG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카드였다. LG 3루수 양석환의 상무 입대 공백을 메워야 했기 때문이다. LG는 김민성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구단이었지만, 보상선수를 내주면서까지 영입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키움과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방식에 합의하면서 큰 출혈 없이 김민성을 데려올 수 있었다.

만약 김민성이 FA 일수 중 하루가 모자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2017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취득해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하루로 인해 1년 늦게 FA 시장에 나오면서 유니폼도 갈아입게 됐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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