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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만나지 못한채 5시간 대검에서 기다린 한국당

중앙일보

입력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 60여명이 26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의 수사를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 블랙리스트를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 블랙리스트를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당초 이날 오전 대검청사를 찾은 한국당 의원은 20여명이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청와대 특별감찰반 및 손혜원 의원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나 원내대표는 "조국 민정수석이 얼마 전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맡은 동부지검 주임검사가 통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한을 남용해 검찰을 주무르고 있었다는 자기 고백"이라며 "만약 검찰 통제가 사실이라면 직권남용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덧붙였다.

한국당 특감반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김도읍 의원도 “문재인 정부에서 전방위적으로 코드 인사를 위한 블랙리스트가 작성·실행됐단 의혹이 있는데도 검찰 수사는 답보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대검청사 앞에서 구호를 외친 뒤 오전 10시쯤 문무일 검찰총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 시각 문 총장은 대검청사에 없었다. 문 총장은 이날 검사장들과의 면담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문 총장과의 면담을 거듭 요구하며 접견실에서 5시간 기다렸다. 결국 문 총장은 나타나지 않았고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라며 의원들을 추가로 소집해 의원은 60여명까지 늘었다. 한국당은 이곳에서 긴급 의원총회도 열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어제 일찍 일정을 통보했지만 불과 (출발) 10여 분 전에야 (문 총장 측으로부터) 못 만난다는 통보가 왔다. 청와대가 검찰 배후에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고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행위“라며 ”한국 검찰사 치욕의 날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문 총장 면담 무산을 "검찰총장 도피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나 원내대표는 " 수사에 당당하지 못하고 청와대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대통령과 청와대만 두렵고 국회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6일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 20여 명이 총장 면담을 요구하며 총장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 자유한국당]

26일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 20여 명이 총장 면담을 요구하며 총장실에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 자유한국당]

청와대와 여당은 즉각 반박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수석이 ‘블랙리스트 사건 주임 검사가 통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조 수석은 이런 말을 전혀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가짜 뉴스에 기반을 둔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도 “한국당의 검찰총장실 점거는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이자 검찰이 한국당 요구대로 해야 한다는 겁박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는 한국당 상상 속에 있다. 아니면 자신들 경험 때문에 그렇게 단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한국당의 대검찰청 항의 방문과 관련해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변선구 기자 20190226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한국당의 대검찰청 항의 방문과 관련해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변선구 기자 20190226

한국당의 대검 항의방문은 20대 국회 들어 6번째다. 한국당은 2017년 9월 김장겸 전 MBC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항의하며 대검을 방문한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 심재철 의원 압수수색 등 지금까지 다섯번 대검을 항의 방문했다.

성지원·윤상언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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