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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파열 폭행’ 청원 동의 20만명 넘어섰다…청와대 답변 요건 갖춰

중앙일보

입력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1년 전 경기도 의정부의 한 고교에서 발생한 ‘장 파열 폭행 사건’과 관련해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피해 학생 엄마의 청원에 대한 동의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이 청원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하는 동의 요건을 갖췄다. 22일 오전 10시 현재 동의자 수는 20만281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이 올라온 지 4일 만이다.

피해 학생 엄마 글 올린 지 4일 만 #가해 학생 아빠도 글 올려 해명 #사건, 진실공방 양상으로 전개

앞서 피해 학생인 A군의 엄마는 지난 18일 ‘우리 아들 **이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엄마는 “아들이 동급생 1명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장이 파열되는 등 심각한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피해 학생 엄마는 “아들이 극심한 피해를 봤는데 가해자 쪽에서는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며 “가해 학생은 편안하게 학교생활 하고 해외여행을 다닌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해 학생의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각각 고위직 소방·경찰 공무원이라 성의 없는 수사가 반복됐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특히 형량 부분을 문제 삼았다. “아들이 사망각서를 쓰고 수술을 받을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었다”며 “모두가 살인미수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겨우 집행유예 2년에 사회봉사 160시간이 전부”라고 토로했다. 피해 학생 측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가해 당사자인 B군은 사과도 욕설을 섞어가며 해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피해 학생 부모의 글이 빠르게 퍼지자 가해 학생의 아빠는 이튿날인 19일 ‘이 세상 둘도 없는 악마와 같은 나쁜 가족으로 찍혀버린 가해 학생의 아빠입니다’라는 제목이 해명 성격의 글을 올렸다. 이후 이 청원은 진실공방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아빠는 글에서 “사건 이후 해외여행 간 적 없고 피해 학생 측에 무릎 꿇고 사죄했다”고 했다. 또 “피해 학생을 무차별하게 구타한 것이 아니고 우발적으로 화가 나 무릎으로 복부를 한 대 가격한 것”이라며 “나는 고위직 소방 공무원이 아니라 소방위로 하위직이다”며 “형님(가해 학생 큰아버지) 역시 일반회사원이었다”고 해명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전경. [사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전경. [사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이 아빠는 지난 2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심경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그는 “아들을 잘못 키운 게 맞다. 백번 잘못한 게 맞다”며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피해 학생과 부모님 모두 억울한 게 많으실 거다”고 말했다. 청원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정보가 일부 퍼져 이를 바로 알리기 위해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해영 경기북부경찰청장은 지난 20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 사건에 대해 “경찰이 모든 사안을 따져 수사를 성의 있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어머니의 하소연 글을 본 뒤 상황을 파악해봤다”며 “수사 당시 국가기관에서 피해자에게 2000만원 이상 피해보상금을 지원해줬다. 합의가 잘 안 돼서 감정싸움으로 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학기 초에 발생했다. 가해 학생인 B군은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처분을 통해 현재 의정부 외 지역으로 전학했다.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군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무릎으로 피해자의 복부를 차 심각한 상해를 입게 한 것으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B군이 아직 어린 학생이고, 부모의 선도 의지가 강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항소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해 형이 확정됐다. 가해·피해 학생 부모는 현재 합의금과 관련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의정부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피해 학생은 현재도 일주일에 1회 병원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의정부=전익진·김민욱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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