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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커미셔너 마이크 완 “열정적 성격이라 부산과 코드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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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마이크 완

마이크 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커미셔너인 마이크 완(54)은 “부산 골프 홍보대사가 돼 내 명함을 바꾸고 있다”고 농담을 했다. 올해 신설되는 LPGA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부산 방문차 한국에 온 그는 탁월한 세일즈맨이다. LPGA가 내리막길을 걷던 2009년 말 커미셔너가 된 그는 대회 수를 25개에서 34개로 늘렸다. 9년 전 3400만 달러였던 총상금은 올해 7000만 달러로 두 배가 넘는다. 커미셔너 10년째를 맞은 마이크 완을 20일 신사동 LPGA 아시아지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10월 BMW 챔피언십 준비차 방한 #10년간 상금 2배 넘게 키워

-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 하나은행 챔피언십으로 이어지던 대회가 없어졌다. 전통이 깊고 아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골프대회였는데 이대로 사라지는가.

“LPGA 커미셔너로서 선수들이 홈팬들 앞에서 대회를 할 수 있게, 일종의 홈게임을 만들어주는 것이 선수와 팬들을 위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LPGA엔 한국 선수도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수도권과 부산에 대회를 하나씩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서두르지는 않겠다. 하나은행은 아예 대회를 없애지는 않고 KLPGA 대회를 치르면서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좋은 일이고 여자골프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

"수도권과 부산에 대회 여는 것이 이상적"

-수도권에서 대회가 생긴다면 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 시작해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잇는 대회인가, 새로운 대회인가.

2016년 올림픽에서 골프 전설 개리 플레이어와 함께 얘기하는 마이크 완. [Getty Images]

2016년 올림픽에서 골프 전설 개리 플레이어와 함께 얘기하는 마이크 완. [Getty Images]

“새로운 대회다. 하나은행 대회는 KLPGA로 넘어가기 때문에 LPGA는 이와 겹치고 싶지 않고,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박세리, 박지은 등의 우승 등으로 멋지게 쌓인 나인브릿지-하나은행 대회 전통을 버리는 것인가.

“특별한 명칭이나 스폰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전통이라면 한국팬들과 LPGA가 맺은 관계다. 하나은행이 쌓은 전통을 빼앗아 오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 LPGA에 새로 들어올 스폰서에게도 예전 대회는 이렇게 했으니까 이를 따라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LPGA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을 버린 여자 PGA 챔피언십은 새롭게 출발해 더 큰 대회로 성장했다.”

-마스터스를 치르는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올해부터 LPGA 메이저인 ANA 인스퍼레이션 기간에 여자 아마추어 대회를 연다. 일부 아마추어 정상급 선수가 ANA대회에 참가하지 못한다.

“외부에서 생긴 일 때문에 스케줄에 문제가 생긴다면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LPGA에 국한하지 않고 한 발 물러서서 여자 골프 전체 시각에서 보면 오거스타 대회는 반길 일이다. 여자 골프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긴다. 팬들은 오거스타에서 여자 아마추어 선수가 경기하는 것을 본 후 ANA에서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대회를 볼 수 있다. ANA에는 아마추어 선수가 5~9명 나왔다. 올해는 4명이다. 몇몇 아마추어 선수가 빠진다고 해서 ANA 선수층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다툴 일이 아니라 축하할 일이다.”

"일정 겹치는 오거스타 대회, 여자 골프에 도움"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장기적으로 여자 메이저대회를 만든다는 소문이 있다.

“사실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지금 여기가 아니라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협의하고 있을 것이다. 오거스타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은 마스터스가 여성들에 대한 봉사로 하는 것이다. 만약 여자 마스터스가 생긴다면 나는 행복한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LPGA 로고

LPGA 로고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을 제외한 지역인 한국에서 UL인터내셔널 크라운이 열렸다. 어떻게 평가하나.

“홈런 빼기 태풍이다. 대회 중 태풍만 없었다면 완벽한 성공이다. 한국 선수들이 우승해 더 좋았다. 한국의 어린 소녀들이 그 우승을 보면서 꿈을 키우고 성장해 나갈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본다.”

-당시 세계랭킹 1위 박인비가 출전하지 않았다.

“(한국이 우승했으니) 박인비가 필요 없었다. 미디어와 팬들은 특정 선수 참가에 관심이 많은데 10년 커미셔너를 하다 보니 신경 쓰지 않게 됐다. 대회전엔 그런 일로 시끄러운데 막상 티오프하고 나면 다 사라진다. 출전한 선수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박인비는 최근 몇 년 동안 시즌 후반기에 대회 참가를 줄이는 스케줄을 만들었다. 박인비가 성취한 것을 고려하면 이해된다. 서운함은 전혀 없다.”

"LPGA 선수층 두터워 한 선수가 인기 좌우 못해"

-타이거 우즈 나오는 대회와 안 나오는 대회는 차이가 있다. 솔직히 1등이 안 나와도 상관없나.

“우즈의 전성기에는 차이가 컸다. 5년 넘게 1등을 하는 선수였다. 박인비와는 케이스가 좀 다르다. 내가 부임한 이후 LPGA 투어에는 한 선수가 장기간 1위를 하지 않았고 한 명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 않았다. LPGA에 선수 한 명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은 PGA 투어도 한 선수에 의해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지난해 LPGA의 라이센싱 업체의 'LPGA 골프웨어'의 매장에 방문한 마이크 완. [뉴시스]

지난해 LPGA의 라이센싱 업체의 'LPGA 골프웨어'의 매장에 방문한 마이크 완. [뉴시스]

-박인비 불참으로 인한 대타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인터내셔널 크라운과 같은 시기에 국내 메이저대회 하이트 챔피언십이 열려서 그랬다. KLPGA는 LPGA 투어의 일방적인 처사 때문에 일정 합의가 안 됐다고 했다. 진실은 뭔가.

“팩트는 양쪽이 오래전부터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한국 개최를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의 예를 들면 가장 힘이 센 조직은 오거스타 내셔널이다. 오거스타 내셔널이 (일방적으로) 대회를 만들면 다른 쪽은 스케줄을 변경해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다. 올해만 해도 남자 골프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PGA 챔피언십의 일정이 바뀐다는 이메일만 받았다. LPGA 투어는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나 힘들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골프의 축제가 되게 일을 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모든 여자 골프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다른 투어 스케줄을 생각하다 보면 기회를 잃는다. UL인터내셔널은 성공했고, 제가 알기로 KLPGA 대회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대회 중 경기장에서 인터내셔널 크라운을 봤고 호텔로 들어와서는 하이트 챔피언십 녹화도 봤다. 그 주는 전 세계 여자 골프 팬들이 한국 대회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여긴다. 4명이 출전하는 UL인터내셔널 때문에 KLPGA 대회를 비워달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그런 부탁을 한 적도 없다. 만약 다른 조직에서 4명 나가는 대회 때문에 우리에게 대회를 하지 말라고 했다면 역시 동의하기 어렵다. 대회가 동시에 열려서 패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 LPGA가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대안이라면 한국에서 대회를 안 하는 것이었는데 그건 옵션이 되지 않는다.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한국팬들이 뛰어난 선수를 직접 볼 기회를 줬다. 공동 페스티벌, 여자 골프의 빅 이벤트가 됐다.”

"인터내셔널 크라운 기간 독자 대회 하기로 KLPGA와 합의"

이어 변진형 LPGA 투어 아시아 지사장이 보충 발언을 했다.

“2014년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끝난 직후 KLPGA에 찾아갔다. 2018년에 인터내셔널 크라운을 한국에서 여는 것을 알리고, 양해를 구하고 필요하면 조정을 하러 갔다. KLPGA는 'LPGA 일을 우리가 이래라저래라 할 입장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대회를 여는 것에 기분이 좋지는 않다. KLPGA는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공식적인 역할이 전혀 없고, 크라운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는 4명에 불과하며, 그 4명이 KLPGA 소속 선수가 될지도 알 수 없고, 4명이 된다 하더라도 골프 대회 황금 기간인 9월, 10월에 대회를 비워둘 수는 없다'고 했다. 양 투어가 독자적으로 대회를 여는 것으로 합의한 것으로 이해했다."

-보도로는 KLPGA는 ‘LPGA가 이메일 달랑 한장 보낸 게 전부’라고 했다.

(변진형 아시아 지사장)
“2014년에 이미 합의가 됐기 때문에 2017년 말에 이메일을 보냈다. KLPGA는 인터내셔널 크라운 때문에 스케줄을 비우는 일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특별히 가서 말씀드릴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스케줄이 확정되자마자 알려드린 차원이다.”

"4명 대회 때문에 대회 비워달라 요청은 부당"

-부산 스포츠 팬들은 다른 지역 보다 응원을 열정적으로 한다. 이를 이용해 대회를 색다르게 만들 의사가 있나.

“나도 열정적이고 시끄러운 것을 좋아한다. 다이나믹한 부산과 코드가 맞는다. 선수들도 응원소리가 크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어떤 계획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회를 치러보면서 특별한 대회로 만들어나가겠다. 대회장인 아시아드 골프장을 리노베이션하고 있다. ”

지난해 말 LPGA 투어 시상식장에서 연설하는 마이크 완. [AFP =연합뉴스]

지난해 말 LPGA 투어 시상식장에서 연설하는 마이크 완. [AFP =연합뉴스]

-부산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4년 전 부산에 처음 갔을 때 한국에는 서울만큼 큰 도시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부산은 도시가 크면서 대도시 같지 않게 포근한 느낌도 들었다. 해변도 아름답다. 부산은 도시 크기에 비하면 글로벌 이벤트가 적어 홍보가 부족했다. LPGA 투어의 큰 이벤트가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서울’이라는 도식을 깰 수 있을 것이다.”

-올해 7월 에비앙 챔피언십과 브리티시 여자 오픈 두 메이저 대회가 2주 연속 치러진다. 2연속 메이저대회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일단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올해만 이렇게 치러진다. 내년엔 에비앙은 그대로 남고 브리티시 여자 오픈이 조금 더 뒤로 미뤄진다. 한꺼번에 스케줄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두 대회는 코스와 성격 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개성이 드러날 것이다. 장점은 여자 골프 역사상 가장 긴 축제, 위대한 14일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커미셔너 10년 동안 LPGA가 대회, 상금 숫자 말고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하는 문화가 생겼다. 선수, 직원들이 스폰서의 입장에서 보고 뭘 원하는지를 알게 됐다. LPGA는 매주 경기를 앞두고 파트너 프로파일 카드를 만들어 선수에게 배포한다. 누가 돈을 내는지,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어떤 것을 얘기해야 할지, 참가해야 하는 행사는 무엇인지 등이 적혀 있다.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초심으로 돌아가기(back to the roots)다. 우리는 창립자처럼 행동하기(act like a founder)라는 구호를 만들었다. 69년 전 LPGA 투어를 만든 창립자들은 경기하는 것 이외에도 대회를 준비하고 홍보하는 등 모든 것을 다 했다. LPGA 선수들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시작하자고 생각한다. 국제적으로 여자 골프가 발전했다. 2009년 여성이 골프를 하는 나라가 많지도 않았다. 4~5개국이 하는 스포츠였다. 올림픽에서도 봤지만 지금은 100여 개 나라에서 한다. 지난해 2부 투어 Q스쿨에 나온 참가선수의 국적은 49개나 됐다.”

-유러피언투어와 함께 대회를 열고 있다. PGA 투어와는 진전이 있는가.

“PGA 투어와 매달 만나는 조직을 만들었다. 양쪽 투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스케줄은 비어 있는지를 보면서 함께 할 일을 논의하고 있다. 아직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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