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우린 準여당이자 準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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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4당체제가 각 당을 정국 주도권 잡기 경쟁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정당들의 각개 약진은 지난 26일의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 부쩍 활발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28일 국회 예결위원장직을 원내 1당이 맡아야 한다고 치고 나왔다. 현재 예결위원장은 민주당 분당 전의 여야 합의에 따라 민주당이 맡고 있다. 이날 홍사덕 총무는 상황 변경론을 들어 "다수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말 국회에서 예산 배분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민주당은 준(準)여당.준야당론을 들고 나왔다. 박상천 대표는 "대통령을 공천한 우리 당은 여당이란 개념을 무조건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걸로 보면 여당이 아니지만 새로운 개념의 준여당"이라며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처럼 무조건 반대하는 당을 야당이라고 보면 우리는 야당이 아닌 준야당"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통합신당과 거리를 두며 캐스팅 보트를 쥐려는 전략이다.

노무현 정부와 비교적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자민련도 서서히 야성(野性)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태풍 매미 속에서 대통령이 사랑가 타령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반국가적.반국민적 행태"라는 논평까지 발표했다.

야권 3당 간의 선명성 경쟁에 통합신당은 신 여당 개념으로 맞서고 있다. 이날 정책의원총회에서 김원기 창당주비위원장은 "우리는 누가 뭐래도 노무현 정치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주력"이라며 "그러나 과거 여당처럼 무조건 정부를 옹호하는 당이 아니라 바람직하지 못한 정책을 펴는 경우 야당 못지않게 가차없이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위원이든 누구든 단호히 경질을 요구하는 당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각 당은 스스로의 성격 규정과 함께 자신들의 발언권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치구도 짜기에도 양보 없는 일전을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공조를 타진하는가 하면, 자민련에는 내각제로 추파를 던지고 있다.

반면 어제의 동지였던 민주당과 통합신당 간의 '정(情) 끊기'는 가속화하고 있다.

민주당이 "모든 분란은 대통령의 모호성에서 온다"면서 盧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자 신당 측은 "대통령을 쫓아내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신당이 감사원장 임명 동의안 부결을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구태정치연합의 횡포"라고 규정하자 민주당은 "신당의 선명성을 부각시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구태정치의 전형"이라고 받아쳤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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