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왜 갑자기 高速鐵 중간역 늘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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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내년 4월 1차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인 경부고속철도에 기존 역사 외에 중간역을 몇 개 추가하는 방안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검토 대상은 평택.김천.울산 등 여섯 군데로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SOC(사회간접자본) 추진위원회가 연내 결정지을 계획이다.

건설교통부 측은 중간역 설치 계획은 처음부터 있은 것이지만 현재로선 추가를 할지, 하면 몇 개로 할지 결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며칠 전 대통령이 불쑥 말을 꺼낸 울산을 비롯한 서너 군데 지역에서는 중간역을 기정 사실화하고 들뜬 분위기라고 한다.

20조원 가까운 돈이 드는 고속철인 만큼 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고속철의 노선과 역 위치를 놓고 엄청난 진통이 있은 점을 감안할 때 첫 구간 개통도 안된 시점에서 다시 중간역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대통령이 특정 지역에 대해 '당연하지 않으냐'는 식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상황에서 결정이 내려진다면 더욱 문제다. 또 그 말이 떨어지자 몇개의 새 역을 검토 중이라고 나오는 해당 부처의 눈치보기 행정도 한심하다.

고속철은 정부의 철저하지 못한 준비와 무원칙, 정치적 배려 등으로 이미 엄청난 국력의 낭비를 초래했다. 잦은 설계 변경으로 사업비는 당초 계획의 세 배 이상 들었고 공기(工期)도 훨씬 미뤄졌다.

더 이상 지역 이해관계와 민원을 등에 업은 정치적 고려 때문에 낭비가 커져서는 안된다. 역사를 하나 늘리면 2천억~3천억원이 들고, 이 때문에 개통이 늦어지면 손실은 훨씬 크다. 역 수가 늘면 아무리 교차 정차한다 해도 속도가 줄어 고속철의 효율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간역 얘기가 현 시점에서 갑자기 거론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그래도 꼭 필요하다면 그 결정은 철저하게 경제적.기술적 타당성에 입각해야지,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선심쓰는 식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