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노조 분회결성·처벌확대 악순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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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교직원노조를 둘러싼 교단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급기야 고교생 투신, 학부모들의 학생등교저지, 교사들의 가두시위사태까지 벌어져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교육관계자들은 지난 4·19후의 첫 교원노조파동에 이어 이번 사태가 「제2의 교육파동」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난곡중에서는 14일 학부모들이 노조분회 결성에 항의해 학생들의 등교를 막았으며, 13일 대림여중에서는 학교육성회학부모 20여명이 노조분회 결성을 한때 저지하기도 했다.
광주에서는 전교조 광주지부소속 교사 5백여명이 광주지검 주변에서 가두시위를 벌였고, 대구·경북지역에서는 8개 중·고교생 6천여명이 노조분회 주도교사에 대한 고발·직위해제조치에 항의하는 교내시위를 벌였다.
교직원 노조를 둘러싼 교사징계, 사법처리, 지부·지회·분회결성마찰, 시위농성 등교거부등에 이어13일 3학년학생 2명의 충격적인 투신사건까지 빚어낸 서울구로고의 경우는 「노조파문」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학교에서는 4월20일 전교협소속 양달섭교사(31)가 특별활동반 담당교사 선정문제를 놓고 패창모교장(62)과 언쟁을 벌인 끝에 화분을 던져 교장책상의 유리판에 금이 가게 만들었었다.
이 사건은 교장이 시교위에 양교사를 징계해 달라고 요청하는등 크게 확대될뻔 했으나 양교사가 교장에게 잘못을 사과한데 이어 5월10일에는 전체교직원회의석상에서 공개사과, 교장도 구두 경고하는 선에서 일단락 됐다.
그러나 5월26일 교직원회의 때 교장이 『노조결성을 자세해 달라』는 요지의 발언을 하자 양교사가 『교장·교감선생님이 계속 노조결성을 막는다면 결국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라고 비난하고 나서 양교사가 직위해제에 이르게된 계기가 됐다.
이틀 뒤인 28일 양교사는 교직원노조 결성식이 예정된 한양대에 갔다가 경찰에 연행, 훈방됐고 6월3일에는 서울시내 공립학교로서는 처음으로 구로고에서 노조분회를 결성(전체교사 87명중 36명)할때 사회를 보는등 주도적 역할을 했다.
서울시교위는 결국 6월8일자로 양교사를 국가공무원법등에 명시된 교사의 품위유지의무·복종의무·집단행위금지 위반등의 이유로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러나 양교사는 직위해제 뒤에도 계속 정상출근, 동료교사 20여명과 함께 방과후 교무실에서 5일째 철야농성을 해왔다.
구로고 학생들은 노조분회 결성당일인 3일낮 4백여명이 운동장에서 노조측 교사를 지지하는 침묵시위를 벌인데 이어 10일 오후1시쯤에는 3백여명이 양교사에 대한 직위해제조치의 철회를 요구하며 또다시 농성을 벌였다.
양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는 두터워 보인다. 이 학교 3학년 김모군(18)은 양교사에 대해 『학생들을 인간적으로 대해주고 성적에 따른 차별대우를 하지 않으면서 열성으로 가르쳐주는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분회 결성과 함께 시작된 학생들의 동요에 대한 학부모들의 걱정도 곧 표면화됐다.
이학교 학부모 20여명은 13일오후 학교 교무실에 찾아와 『불안해서 아이들을 못맡기겠다』『선생님들이 철야농성 한다면 낮에 수업이 제대로 되겠느냐』며 항의, 노조분회측 교사들이 붙여놓은 대자보를 모두 떼내기도 했다.
한 학부모는 『교직원노조 파동이후 아이들이 집에서도 「노조결성이 옳다」고 주장, 부모와 논쟁까지 벌여 집안분위기마저 어수선해졌다』고 호소했다. 휴업조치까지 빚은 구로고 사태는 결국 노조파동의 가장 큰 피해자는 학생이라는 당초의 우려를 증명한 셈이다.
노조결성을 강행하는 교사와 직위해제등 강경조치 일변도의 문교당국 모두가 「학생보호」에 초점을 두어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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