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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농업은 하늘의 뜻, 종자는 인류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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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기고 

최근진 국립종자원 동부지원장

최근진 국립종자원 동부지원장

농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종자이며 그 이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인류는 종자를 통해 식량과 사료, 기능성 식품과 음료, 의약품, 지식재산 등을 창출하고 있다.

세계적 투자가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도 농업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로 종자 산업과 농가공식품을 들었다. 세계 종자 시장 규모는 10년 동안 두 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으로 인한 식량 소비량 증가 및 유전자재조합(GMO) 종자의 시장 확대에 기인한다. 국내의 종자 시장 규모는 정체 상태지만 수출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육묘 시장도 점차 확대돼 종자와 육묘를 합치면 그 규모가 약 1조원에 이른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종자 산업을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 제2차 종자산업 육성 5개년 계획(2018~2022)을 수립하고, 골든 시드 프로젝트(GSP), 민간 육종연구단지 조성과 종자산업지원센터 설립, 종자 산업 기반구축 사업 및 전문인력 양성 등의 사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어려운 점이 많다. 종자업체의 영세성 및 협소한 시장 규모, 종자 수출 인프라의 미흡, 식량 종자 생산·공급의 국가 주도, 품종보호권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의 문제 때문이다. 글로벌 종자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우선 국내 종자 시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먼저 수출할 수 있는 우수 품종을 개발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국내 산업을 키워야 한다. 시장 규모가 큰 감자·옥수수·벼 같은 식량 작물의 종자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또한 신육종 기술로 알려진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해 영세기업 및 스타트업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우리의 연구 산물이 해외로 나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소재로 이용 가치가 있는 갈매나무·신나무·천궁 등 새로운 국내 자원을 발굴하고 이에 대한 기능성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품종보호 제도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타인의 품종을 허락 없이 증식해 판매하는 행위를 근절하고 육종가의 법적 보호를 위해 품종보호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종자 산업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생물공학 기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융합해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종자에 담겨진 인류의 뜻이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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