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협의…회담 하루전 "허담온다"통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6일 모스크바에서 북한의 허담일행과 회담을 가진 김영삼민주당총재와 민주당간부들은 13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회담경위와 대화내용을 밝혔다.
다음은 김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모스크바회담이 성사되기까지의 경위.
○…모스크바 영빈관회담은 지난달27일 선발대로 도착한 정재문의원에게 29일아침 김총재의 초청기관인 세계경제및 국제관계 연구소(IMEMO) 「키슬로프」부소장이 북한대사관에서 정의원을 만나려고 하는데 만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의한데서 비롯. 정의원이 무슨 용건이냐고 묻자 북한으로부터 고위인사가 모스크바로와 김총재를 만나고자하는 일인 것 같다고 대답.
김총재 "추진해보라"
○…정의원은 이 문제는 내가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답변하고 돌아 왔는데 그 다음날인 30일 허용산씨가 IMEMO에 찾아갔을 때 이번에는 「마티노프」수석부소장이 직접 북한측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떠냐고 문의. 이에 정의원은 30일 한국에 있는 그의 보좌관 정찬수씨에게 전화로 『NK지사가 나를 만나자고 하는데 아마 본사에서 누가 오는것같다』고 모스크바대사관을 NK지사, 북한을 본사라고 암호로 표시하면서 김총재에게 보고해 지시를 받도록 요구. 김보좌관은 오후 청와대영수회담이 끝난 후 김총재에게 보고.
이에앞서 청와대영수회담에서 김총재는 모스크바방문과 관련한 이야기 가운데 『북한사람들이 혹시 회의장에서나 숙소로 인사한다고 찾아올지 모르겠다는 예감이 있다』고 말했고 노대통령은 그럴 경우 굳이 피할일은 아니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
○…김총재는 황병태정책의장에게 청와대 박철출보좌관을 만나 방소중 모스크바주재 북한대사관에서 찾아오는 경우 상대할만한 사람이 찾아오면 만나보겠다는 뜻을 전하고 청와대의 양해를 얻으라고 지시했고, 황의장은 이에따라 박보좌관을 만나고 김총재는 모스크바 정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추진해보라고 지시.
○…정의원은 30일 오후IMEMO의 「키리첸코」행정실장에게 자기 전화번호를 북한대사관에 알려 그쪽에서 전화를 하도록 요청했으며 약10분후에 「키리첸코」가 북한대사관의 전화번호를 정의원에게 알려주면서 북한측에 직접 전화해보라고 연락, 정의원이 전화를 하자 윤택영이라는 참사관이 전화를 받으면서 직접 만나서 협의하자고 하여 두사람은 31일 오후6시쯤 정의원이 묵고있는 코스모스호텔 2층식당에서 40분간 회동.
이 자리에서 정의원은 언제, 어떻게, 어디서 무엇을 가지고, 누가 와서 회담하자는 거냐고 묻자 윤참사관은 빠를수록 좋고 만찬에 초대했으면 더욱 좋고 공개회의로 단독회담이 좋지만 비공개도 좋고 배석자 있는것도 좋으며 장소는 우리측이 편리한대로 하지만 북한대사관이 어떠냐고 했으나 회담의제는 통일에 관한 문제가 아니겠는지, 모든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답변.
처음엔 김인철·김중린
○…6월1일 정의원은 윤참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김총재일행이 예정대로 서울을 출발하였으니 장소와 시간은 일행도착 후 알려주겠다고 통보. 6월2일 정의원은 김총재숙소인 영빈관에서 만나는 것이 좋다고 판단, 윤참사관에게 제의하고 6월3일 레닌그라드에 가서 저녁7시쯤 전화를 할테니 그때까지 평양에서 오는 인사에 대하여 자세하게 알려줄 것을 부탁. 6월3일 대표단 일행이 레닌그라드로 출발하기 직전 「키리첸코」행정실장이 평양에서 오는 사람이 김인철이라고 통보.
○…6월3일 저녁7시쯤 정의원이 윤에게 전화를 하자 평양에서 오는 사람이 금중린이라고 하면서 통일문제를 담당하는 아주 중요한 인사라고 설명.
이에대해 정의원은 그정도로는 잘 모르겠으니 더 자세히 알아서 6월4일 아침일찍 호텔로 연락하라고 부탁. 약속시간에 다시 윤이 전화를 하면서 이문제에 대하여 예비회담형식의 모임을 갖고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하고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다음날인 6월5일 오후 4시쯤 모스크바의 「프라하」식당에서 만날것을 제의, 정의원이 이를 수락. 6월5일 오전11쯤에 윤이 전화를 걸어4쯤에 평양손님 마중하기 위하여 비행장을 나가야하니 6시30분으로 연기할 것을 제의하면서 평양에서 오는 사람이 허담이라고 정식통보.
기념촬영·선물교환도
○…6월5일저녁 7시쯤 정의원과 박관용의원이 약속된 「프라하」식당에 도착하자 밖에 윤참사관이 대기하고 있다가 3층으로 안내했다. 3층으로 올라가보니 소련식 저녁식사 테이블이 놓여있었고 의자수는 6개였는데 의외로 거기에는 박관용위원이 평소 남북국회회담 북측대표로 나와 안면이 있는 전금철과 안병수가 앉아있었다.
이회의에서 회담장소를 김총재가 유숙하고 있는 돔퓨류에모브 영빈관 3층307호실(김총재 방은 207호)로 하고 시간은 6월6일 저녁9시30분으로 하였으며 배석자는 양측에서 3인을 대동할 수 있게 했다.
○…6월6일 9시30분에 북측의 허일행이 북에서 온 전금철·안병수와 모스크바대사관의 윤택영을 대동하고 돔퓨류에모브 영빈관307호실에 도착하여 2시간의 회의를 했으며 기념촬영과 선물을 교환한 후 11시30분쯤 헤어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