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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가게부|금배지 단 남편에 생활비 한푼 못받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후보단일화와 야권통합을 외치다 어이없게 낙선한 남편을 위로하느라 꾜박 1년동안 정말 힘들었다.
당선됐을때는 남편이 잘나서되고 뒤에서 애쓴 난 별 좋은 것도 없더니 낙선되고 보니 나쁜것 힘든것이 왜 그렇게 다 내몫인지‥‥.
체면을 생명처럼 여기는 쪽이라 지역구 사무실 문닫는 것을 싫어하는것 같아 유지하느라 매달 쩔쩔매고, 행여 남에게 초라하게 보일까 계절맞춰 양복, 와이셔츠, 넥타이, 구두를 카드로 사고 이발도 전보다 더 자주하게 하고, 훤하게 보이려고 하루걸러 영양보충신경쓰고….
거기다 매일 듣기좋은 레퍼터리를 마련해 아첨을 했는데 주로 돈, 그러니까 정치자금에 관한 얘기였다.
『아빠, 국회의원 두 번에 생활비 한푼 안내놓으면서 마이너스 2백만원 통장 가진 사람도 드물거야』라든가 『세번 선거에서 법에서 정한 선거자금보다 더 미달인 사례도 드물거야, 정말 깨끗했지』라든가.
그러면서 속으로는 『아이구 내팔자야. 내가 어디가 어때서 남편 부양하는 신세가 됐을까. 괜히 정치판에 뛰어들어 사람고생 되게 시키네. 요즈음은 여소야대가 돼서 야당의원 주머니가 더 두둑하다던데. 꼭 이럴때는 낙선하고…. 운도 되게없네. 돈도 만들줄 모르고, 만들능력도 없고. 그래가지고 어떻게 정치를 해』하고 투덜거렸다.
그랬는데 얼마전 일본수상자리를 걷어찬 「이토」라는 이를 묘사한 기사에 『「이토」는돈이 없다. 돈을 모으는데 홍미도 없고 능력도 없다.「이토」는 또 돈으로 정치하는 사람을 싫어한다』라고 씌어있지 않은가. 『아이구! 닮은 사람 하나있네』하면서 백담사로 간 전두환전대통령이 국민앞에 밝힌 정치자금이 액수가 적어 안믿을까봐 청와대쪽에서 50억원인가 보태 발표했다는 얘기가 생각나 입맛이 씁쓸하다.
5백50억원을 인계했느니, 대통령선거 때 2천억원을 줬느니, 또 정치자금을 공개하면 여는 물론 야쪽도 좋을게 없을 것이라느니…. 이번에도 또 보나마나 우물우물 넘어가겠지만 언젠가는 정치자금 때문에 일본처럼 정계가 벌컥 뒤집힐 때가 오리라는 예감이 든다. 그러기 전에 이번 기회에 진실을 명쾌하게 밝히는게 낫지 않을까.
서울영등포을구 재선거에도 벌써부터 타락선거가 예상된다고 한다. 앞으로는 돈 안쓰는 정치, 깨끗한 정치풍토를 만들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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