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몰락 멀지 않았다"|학생 시위 주도 카이 양 홍콩 TV와 비밀 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홍콩 AFP=연합】북경 학생들의 민주화 요구 시위를 주도했던 한 학생 지도자는 10일 홍콩 TVB-TV가 방영한 회견을 통해 현 중국 정부를 「파시스트 집단」이라고 지칭하면서 이들의 몰락이 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군대의 유혈 진압이 개시되기 전까지 북경의 천안문 광장 등에서 학생 시위를 주동한 총 사령관 격인 대학원생 「카이 링」양 (23)은 중국의 은신처에서 TVB-TV와 가진 30분간의 비밀 회견에서 이같이 말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처참했던 군의 시위 진압 작전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카이」양은 북경에서의 학살 책임이 진압 작전의 선봉에 섰던 제27군 때문이라고 밝히고 국가 주석 「양상쿤」 (양상곤)과 수상 「리펑」 (이붕) 등을 주축으로 하는 현 중국 지도부는 『정신과 마음이 병든 자들』이며 『양심을 속이고 세계 최대의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카이」양은 진압군이 천안문 광장에 들어오기전 학생과 시민들의 시위는 평화적이었으나 군은 진압을 개시한뒤 구호를 외치거나 단지 손에 벽돌을 들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무차별 발포를 자행했다고 말하고 이때까지만해도 다수의 시위대는 정부와 군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잘해야 체포, 연행될 정도」로만 생각했었으나 곧이어 탱크가 시위대를 깔아뭉개 처참한 학살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그녀는 이어 군인들은 사망한 사람뿐 아니라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은 사람들도 트럭에 싣고 갔으며 이 때문에 트럭에서 시체에 눌러 죽은 사람도 상당수 있었다고 말하고 군인들은 『정말로 죽일 작정을 하고 덤벼들었다』고 통분을 가누지 못했다.
「카이」양은 또 군 탱크는 학생들이 천안문 광장에서 달아나는데도 따라와 덮쳐 신체 여러 부분이 갈려나간 시체가 온 광장에 널리게 되었다면서 자신은 걸어서 북경 대학 캠퍼스까지 도망 나왔으나 도주를 못한 채 천안문 광장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