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산모들 젖이 잘 안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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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처음엔 당연히 모유로 키울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산후 이틀이 지나도 젖이 돌지 않아요. 그렇다고 무작정 아기를 굶길수도 없고해서 포기하고 말았읍니다.』생후5개월된 첫 딸을 둔 송수련씨(27 ·서울월계동)는 『지금도 초유를 먹이지 못한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근래들어 이처럼 젖이 나오지 않거나 모유량 부족을 호소하는 젊은 엄마들이 늘어가고 있다.
80년대초 UNICEF(국제연합 아동기금)·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등 사회단체들이 벌인 모유권장운동의 성과로 모유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으나 실제로 많은 산모들이 모유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85년 대한소아과학회 .영양위원회 조사결과 모유를 먹이지않고 인공영양을 시키는 가장 큰 이유로「산모의 젖이 불지않는 것」(34.9%)이 지적됐으며 출산 후 모유로 수유를 시작했으나 도중에 중단한 가장큰 이유도「모유량 부족」(48.6%)으로 나타났다.
이대의대 소아과 이근교수는 『일본의 경우 40년대 어머니들의 80%가 모유로 자녀양육을 했을뿐 아니라 1세가 될때까지도 양이 충분해 이웃 아기에게 나눠먹일 정도였으나 지금은 그때 모유량의 30%정도 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교수는 이처럼 젖의 .양이 줄어드는 이유로▲산모의 절식▲항생제 남용▲모유먹이는 방법의 미숙 등을 꼽았다. 즉 산모들이『젖먹이면서 찌는 살은 안빠진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일부러 음식을 적게 먹기 때문에 균형잡힌 영양섭취를 못해 젖의 분비량이 줄어들고 있다는것. 또 감염을 막기 위해 흔히 복용하는 항생제도 젖의 분비를 줄게한다.
특히 산모들은 처음부터 젖이 많이 분비될 것을 기대, 산후2∼3주간은 찔끔거리며 시원치 않게 나오는 것이 정상인데도『나는 젖이 적다』며 수유를 쉽게 중단해버린다는 것이다.
가톨릭외대 강남성모범원 김승조산부인과과장은『모유가 잘 안나오는 것은 어머니로서의 준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출산 2개월 전부터 젖꼭지 관리, 유방마사지등 젖먹일 준비를 세심히 하는 것은 물론 『어떠한 일이 있어도 모유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다WU야한다는 것.
김과장은 『출산후 가만히 놔두면 3∼5일간 젖이 돌지 않게 되는데 이를 젖이 안나오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고 지적하고▲아기를 낳자마자부터 계속 젖을 빨릴 것▲포도당·조제분유·물등 모유를 제외한 어느 것도 먹이지 말 것▲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젖분비에 영향을 받으므로 편안한마음으로 충분한 시간을 가질 것등을 충고했다. 김과장은『젖을 먹일 경우 피토신이 배출돼 자궁수축이 원활해지며 따라서 근육사이에 있는 손상된 핏줄이 쉽게 아물어 출산으로 인한 상처의 세균감염을 막을수있으므로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수유함으로써 임신중 축적됐던 지방이 빠질뿐 아니라 유방암·난소암·자궁내막암 예방의 장점도 있음을 상기시켰다.
의료관계자들은『결국 젖문제는 엄마가 아기를 위해 얼마나 희생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하고『쉽게 포기하지. 말고 최소 6주간은 참을성 있게 젖을 계속 먹일 것』을 강조했다.<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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