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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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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주최한 제1회 '서울.경기 초등학교 국.영문 프레젠테이션 경진대회'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한국외국어대학교부속외국어고등학교(이하 외대외고)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글로벌 리더로 자라날 청소년들에게 좀더 체계적이고 심도있는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주입식이 아닌 즐거움이 가득찬 외국어 학습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한 OA프로그램 작성능력과 논.구술 능력, 외국어 구사 및 발표력 배양 등에 목적을 두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주관으로 치러진 이번 대회는 '남녀공학은 필요하다 또는 그렇지 않다'를 주제로 5월 한달동안 신청받았다. 총 186팀이 참가해 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최종 32팀이 선발됐고, 10일 외대외고에서 예선전을 치뤘다.(12일자 프리미엄 섹션기사 참조) 예선을 통과한 8팀은 결승 4일전에 공지된 '청소년의 이른 연예인 활동,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주제로 17일 본선을 치뤘다. 이날 열린 결승에는 13개 학교에서 15명이 출전, 각 4팀씩 찬성과 반대 두 팀으로 나눠 국어와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대회에 참가한 김남우(13.방이초 6년)군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로 발표를 연습하다보니 배짱이 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지원(13.명원초 6년)양은 "주제가 어려워 팀을 이룬 친구들과 의견교환을 많이 했다. 팀워크가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6학년이라 내년에 참가할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참관한 한 학부모는 "최근에 주목받는 자기주도형 학습에 적합한 대회인 것 같다. 하지만 꾸준히 수준을 유지해 필요이상으로 과열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학부모들의 높은 관심을 대변했다.

이번 대회는 '운'도 한몫하는 독특한 토너먼트 방식을 채택해 반복되는 발표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참가자들을 긴장시켜 기본적으로 즐기는 대회가 되도록 유도했다. 또한 1, 2위전과 3, 4위전은 발표를 듣고 상대팀이 즉석에서 국.영어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택해 순발력을 테스트하기도 했다. 여기에 친구와 가족 등으로 구성된 150여명의 응원단은 현수막과 플래카드로 뜨거운 응원전을 펼쳐 열기를 더했다.

우승은 유일하게 국문과 영문 발표를 함께 한 김여솔(13.목원초 6년)양이 차지했다. 대상을 차지한 김양에게는 서울시 교육감상과 상금이, 최우수상을 수상한 윤혜원(경기초 6년).조성민(중대부속초 6년) 팀에게는 중앙일보상과 상금이, 우수상인 김민형(대처초 6년).서민지(13.반포초 6년) 팀과 김윤경.장은정(구룡초 6년) 팀에게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상과 상금이 각각 수여됐다. 이어 축하공연으로 대북공연과 마술쇼가 펼쳐져 흥을 돋구었다.

중앙일보 이성훈 이사는 "첫 대회이다보니 몇 가지의 문제점이 도출됐다. 올해의 문제점을 보강하여 내년에는 더욱 알찬 대회로 확대할 계획이다"며 "초등학생 뿐아니라 중.고등학교 대회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주최사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최기영 상무는 "갈수록 창의적.논리적 발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주장하고자 하는 것을 설득력있게 발표하는 것은 개인적인 경쟁력 상승에 그치지 않고 결국 국가경쟁력 향상에 밑거름이 된다"며 "이를 위해 중앙일보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프레젠테이션 대회가 앞장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회 동영상은 프리미엄 온라인사이트(http://premium.joims.com)에서 볼 수 있다.

# 심사위원평

논.구술 발표력과 국.영문 작성능력 등 두 부문으로 나눠 심사했다. 논.구술 발표력 부문은 언어구사력.발표력.표현력.시간사용 능력에, 국.영문 작성능력은 주제부합.내용구성.문장구성.논리성에 각각 중점을 뒀다. 심사위원 노명완 고려대 교수는 "내용의 창의성과 청중을 설득하는 능력을 중점 평가했다"면서 "프레젠테이션 대회니만큼 지도력에도 큰 비중을 두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초등학생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체적으로 훌륭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자료화면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거나 외운 그대로 발표하느라 부자연스러웠던 점이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초등학생 답지않은 어른스런 어휘구사 또한 개선해야 할 점으로 들었다.

▶심사위원=이찬규 교수(국문작성능력 평가.중앙대 국어국문학과), 노명완 교수(논술발표력 평가.고려대 국어교육과), 김유강 교수(영문작성능력 평가.외대 영어과), 김현정 부장(파워포인트 작성능력.한국마이크로소프트), 남봉철 교장(출제위원장.외대외고)

'프레젠테이션 경진대회' 영예의 수상자들

중앙일보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함께 한 제1회 '서울.경기 초등학교 국.영문 프레젠테이션 경진대회'의 수상자들을 만났다. 이들은 결과에 연연해하기보다 준비하는 과정에 최선을 다한 것에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결과에 승복하고, 자신감 넘치는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서울시 교육감상(대상) - 목원초교 6년 김여솔양

"3일내내 연습했더니 입안이 다 헐었어요." 김여솔양은 결승에 출전한 8팀 중 유일하게 국.영문 발표를 혼자 해 눈길을 끌었다. "최선을 다한 것 만으로 만족하는데 좋은 상까지 받아 너무 기쁘다"며 초등학생다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양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해외연수를 단 한번도 다녀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유창한 발음의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꾸준한 연습의 결과다. "영어공부요? 집에서 듣고 말하는 프로그램을 시킨 것이 전부였어요.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혼자 공부할 계획을 짜 그날의 학습분량은 알아서 연습하더라구요. 그런데 여솔이가 워낙에 외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여러 책을 많이 접하게 했어요." 스스로 열심히 하는 것이 결국 최고라는 것인가. 엄마 이명희(38)씨가 말하는 비법아닌 비법이다.

이씨는 김양이 밤늦게까지 혼자 연습하는 것을 보고 친구와 함께 팀을 짤 것을 권했다. 하지만 김양은 "이기려고 대회에 참가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어는 자신이 있으니 하고 싶은 것이고, 영어 프레젠테이션은 스스로 꼭 도전해 보고 싶다"고 해 더이상 권유하지 않았다. 응원나온 친구들은 학급에서 회장을 맡고 있는 김양이 공부도 잘하고 착해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입을 모았다. 중학생 대회가 열리면 참가하겠냐는 질문에 "당연히 해야죠"라며 환하게 웃는 김양은 영어 동시통역사가 되어 외국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많은 문화경험을 하는 것이 꿈이다.

# 중앙일보상(최우수상) - 경기초교 6년 윤혜원양.중대부속초교 6년 조성민군

수상자 중 청일점인 조성민군과 윤혜원양은 대회기간 내내 차분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일관했다. 이 팀을 지도한 조이스 백(28) 선생은 "영어에 있어 자신감을 항상 가지도록 했다"며 "자기 지식을 논리적으로 발표하는 데 중점을 둬 지도했다"고 밝혔다. 똘망똘망한 눈매의 조군은 소감을 묻자 말없이 쑥스러운 미소로 답했으며, 윤양은 "외우는 것이 힘들었지만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말해 대회를 위해 준비한 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 한국마이크로소프트상(우수상) - 대치초교 6년 김민형양.반포초교 6년 서민지양

저음의 개성있는 목소리와 차분한 행동으로 많은 눈길을 끌었던 김민형.서민지 팀. 이 팀은 국어발표 부분에서 최고점수를 획득했다. "날아갈 듯 기쁘다"고 소감을 밝힌 김양은 "3일간 거의 밤새다시피 준비한 시간이 힘들었지만 자료를 위해 직접 인터뷰하고 19개 문헌을 일일이 찾는 과정은 재밌었다"고 말했다. "3, 4위전 때 질문을 받았는데 갑자기 아무 생각이 안나 당황했어요. 하지만 좋은 추억이 됐어요"라며 "나중에 커서 검사가 돼 법정에 섰을 때 오늘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당찬 꿈을 밝히기도 했다.

- 구룡초교 6년 김윤경.장은정 양

대회 참가자 중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던 팀을 꼽으라면 이 팀이 아닐까. 영어 발표 내용을 갑자기 잊어버린 탓에 발을 동동 굴러 청중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고, 예선전에서는 상대방과 점수가 뒤바뀌어 8강에 못 오를 뻔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승전에 오르지 못해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며 스스로를 달래며 만족하는 어른스러움을 보이기도 했다. 같은 학교에서 출전한 예쁜이 듀오 팀은 아나운서나 기자가 되어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꿈이다.

# 행사장에서 만난 사람들

○…결승전 진행 맡은 개그맨 정준하씨

"와, 대단한데요. 초등학생 대회라고 해서 쉽게 생각하고 왔는데 이렇게 살벌(?)한 대회일 줄 몰랐습니다." 최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개그맨 정준하(35)씨가 17일 열린 대회의 본선 마이크를 잡았다. 그의 인기는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최고였다. 참가자 뿐아니라 응원나온 학생 등 100여명의 사인공세로 진행이 지연됐을 정도다. "저 어렸을 때는 웅변대회가 최고의 대회였습니다. 이제는 글로벌시대다 보니 영어로 발표를 하는군요. 참 많이 달라졌군요"라며 참가자들에게 무엇보다 긴장하지 말고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해 주기를 당부하기도 했다.

○…최연소 참가자 배나경 학생

32강 발표가 끝나고 16강에 오를 참가자가 발표되는 순간, 참가자 모두의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유독 작은 가슴 하나가 더 쿵쾅댔다. 바로 이번 대회의 최연소 참가자인 배나경(9.숭의초 2년)양이다.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에의 이해와 큰 무대에서의 발표는 초등학생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참가자들은 5~6학년으로 고학년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오빠 배준성(11.숭의초 4년)군과 한팀을 이뤄 참가한 배양은 국문발표를 맡았다. 자료는 자연스러운 발표를 위해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아가며 내용을 이해했고, 발표는 녹음해가며 연습했다. 국문발표에서 떨어지면 영문발표의 기회마저 박탈되는 토너먼트대회에서 배양의 임무는 막중했다. 쟁쟁한 언니.오빠들과 당당히 경쟁을 한 2학년 꼬마는 거뜬히 16강에 진출했다. 엄마 임은진(38)씨는 "우승한 것보다 더 기쁘다"며 발표 후에도 한참이나 딸을 품에 안고 기뻐했다. 아쉽게 8강 진출이 무산됐지만 아나운서가 꿈인 배양은 "이번 대회가 좋은 경험이 됐다"며 제법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토요일 오후에 치뤄진 이번 대회는 외대외고 학생들에게도 큰 관심거리였다. 일본학과에 재학 중인 1학년 정한별(16)군은 직접 대회장에 나와 초등학생들의 특별한 대회를 관심어린 눈으로 지켜봤다. "특목고에서는 수행평가를 PT로 진행한다"며 "이런 대회는 나중에 특목고 진학을 계획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군이 특목고 선배로 후배들에게 강조한 비법은 다름아닌 영어와 수학은 학교수업에 충실하라는 단순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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