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멤버로 번번이 물먹는 네덜란드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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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 네덜란드 선수가 포르투갈과의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 누워 허탈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뉘른베르크 AP=연합뉴스]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는 월드컵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우승후보로 꼽히며 인기를 끄는 팀이다.

네덜란드의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는 축구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화려한 테크닉으로 월드컵을 다섯 차례나 제패한 브라질처럼 개성이 뚜렷하다. 하지만 한 번도 월드컵을 제패하지 못했다. 1974년(서독)과 78년(아르헨티나) 준우승이 최고 성적. 이번에는 16강전에서 포르투갈에 져 탈락했다.

강한 전투력을 지닌 네덜란드가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이유를 경기 스타일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있다. 공격 위주의 빠른 축구를 구사하는 네덜란드의 등록상표는 '토털 축구'.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의 선수가 여러 포지션에서 경기할 수 있어야 하고,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한 경기 스타일이다.

선수 전원이 매 경기 체력을 남김없이 쏟아붓는 경기 스타일은 국내 리그나 단판 승부라면 모를까 월드컵에서는 불리할 수도 있다. 특히 16강전 이후부터는 전력 차가 크지 않은 강호들끼리의 대결이므로 체력을 아껴 가며 싸울 여유도 없다. 이번에도 포르투갈을 이겼다면 8강전에서 잉글랜드와 만났을 것이고 이 고비를 넘으면 브라질과 결승 진출을 다퉜을 것이다.

네덜란드를 이긴 팀도 전력 손실이 심해 다음 경기 성적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포르투갈은 육박전으로 일관한 16강전에서 주축 선수인 데쿠와 코스티냐가 퇴장당해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 출전하지 못한다. 98년 프랑스월드컵 4강전에서 브라질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네덜란드를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지만 프랑스에 0-3으로 져 준우승했다.

이번 대회만 본다면 네덜란드가 세대교체 과정에 있어 전력이 불안정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10여 년 동안 주축 선수로 활약한 마르크 오베르마스, 야프 스탐, 프랑크 데 부르 등이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네덜란드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 현재 주전 선수 대부분이 월드컵에 출전한 경험이 없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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