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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에 더 뛰는 펀드 매니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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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증시 부진에 따라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덩달아 곤두박질치면서 펀드 매니저들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졌다. 지수 하락과 무관하게 초과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종목을 남들보다 더 빨리 발굴하기 위해 더 바삐 뛰는 것이다. 과거 시장 대비 높은 초과 수익률로 주목받았던 대표적 펀드 매니저인 미래에셋 구재상 대표와 나폴레옹 펀드를 운용했던 신한BNP파리바투신 조세훈 이사,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전무는 "하락장에서 흔들리지 않고 원칙에 충실한 펀드가 장기적으로 고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모니터 치우고 현장 속으로=미래에셋자산운용 구재상 대표는 최근 세미나 참석차 도쿄에 다녀왔다.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샤프 등 몇몇 일본 기업과 전자제품 매장 아키아바라까지 둘러보고 왔다. 일본 기업과 산업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공부하기 위해서다. 구 대표는 "투자한 주요 기업들이 대부분 글로벌 기업인만큼 경쟁상대인 해외 기업을 모르고서는 국내 기업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투신운용은 아예 펀드 매니저들 사무실에 주가 추이를 볼 수 있는 모니터를 치워버렸다. 단기 등락과 상관없이 장기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종목을 발굴하려면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래에셋도 최근 애널리스트를 공격적으로 영입해 운용사로서는 가장 큰 규모의 리서치센터를 운용 중이다.

한국밸류 이채원 전무는 애널리스트 초청 세미나와 기업 탐방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이 전무는 "매매차익으로 수익률 내는 시대는 지났다"며 "종목 분석을 충실히 해서 최소 3년 이상 보유할 종목만 편입한다"고 말했다.

◆어려울수록 원칙에 충실하라=푸르덴셜투자증권(구 현대투신)에서 2001~2005년 나폴레옹 펀드를 운용해 339%의 누적 수익률을 올렸던 신한BNP파리바투신 조세훈 주식운용본부장은 "도망가서는 절대로 수익을 낼 수 없다"며 "주가가 하락한다고 주식 비중을 줄이는 대신 더 공격적으로 종목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9년 '바이 코리아' 열풍때 17조원까지 몰렸던 설정액이 1년만에 1조원까지 빠지는 걸 지켜봤다는 조 본부장은 "주식의 편입비율 조절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이미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 등 위험수준에 따른 분산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펀드 매니저의 임무는 시장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이고, 이를 위해 조절해야 할 것은 편입비율이 아니라 종목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수익률만 높이려고 배당형 펀드가 배당주 대신 다른 주식 편입 비중 높이는 건 편법"이라며 "처음 투자자들과 한 약속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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