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돌연 불출마한 홍준표, 동참했던 오세훈은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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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홍준표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11일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달 30일 출판기념회에서 당 대표 도전을 표명한 지 12일 만이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저의 부족함이다. 스스로 돌아보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 당원 동지 여러분과 함께 나라 살리는 길을 묵묵히 가겠다. 진심으로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보이콧 입장을 견지하던 홍 전 대표가 후보 등록 마감을 하루 앞두고 전격 불출마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 당 일각에선 "황교안 1강 체제가 굳어지자 불공정 룰을 빌미로 레이스 이탈을 택한, 일종의 출구전략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홍 전 대표 측은 “보이콧 선언 이후 (당권 도전에) 여지를 남긴다는 얘기가 나와 홍 전 대표가 깔끔하게 정리한 것일 뿐"이라며 “여러차례 언급했던 특정인 추대론 등 불공정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는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반쪽 전대' 안 되려면 오세훈 나와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뉴스1]

오세훈 전 서울시장 [뉴스1]

홍 전 대표의 중도 이탈로 한국당 차기 대표 도전자는 7명이 됐다. 이 중 5명(심재철·안상수·오세훈·정우택·주호영)은 지난 10일 "전당대회를 2주 이상 연기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며 경선 거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상태다. 특히 ‘빅3’ 중 보이콧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오 전 시장의 선택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 전 시장이 경선 참여로 유턴할 경우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양자구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쪽 전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오 전 시장이 흥행의 키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당 비상대책위원회도 오 전 시장 설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2011년 서울시장 중도사퇴의 빚을 청산할 기회인 만큼 본인에게도 정치적으로 재기의 기회"라며 "더구나 '5·18 망언' '박심 논란' 등으로 당이 위기에 빠진 상황을 고려할 때 (경선 참여의) 명분도 생긴 상황 아닌가"라고 전했다.

당내에서도 전당대회 복귀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한국당 재선의원 29명은 “당권 주자들은 전당대회 일정에 복귀해달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당초 2ㆍ27 전당대회 연기론을 펼쳤던 박덕흠 의원도 “초선 의원들도 의견을 모으고 있다. 충정과 충심으로 선거 복귀를 조심스럽게 부탁한다”고 했다.

막판 합의 이뤄질 가능성도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 안상수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주호영·심재철·정우택 의원(왼쪽부터)이 10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오는 27일 열리는 전당대회를 2주 이상 연기하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 안상수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주호영·심재철·정우택 의원(왼쪽부터)이 10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오는 27일 열리는 전당대회를 2주 이상 연기하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현 상황에서 오 전 시장 등 보이콧을 선언한 5명의 주자가 레이스에 복귀하는 방법은 ①전대 일정 조정 ②후보의 자발적 복귀뿐이다. 하지만 전대 날짜를 2월 27일 이후로 미루는 데 대해 당 선관위와 지도부는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관용 당 선관위원장은 “전당대회를 끝까지 연기하자 그러면 당 선관위원장직을 사퇴하겠다”며 거부했다.

오 전 시장으로선 개별적으로 번복하는 것도 부담이다. 10일 여의도 호텔에서 당권 주자 5명이 만나 공동입장문까지 낸 상황에서 혼자 발을 빼는 건 정치적 도의에 어긋난다는 이유다.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지금은 5명이 공동전선을 펼 수밖에 없다. 독자 행동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당대회 후보등록 마감은 12일 오후 5시다. 당권 주자 5명은 이날 오후 마지막 회동을 갖기로 했다. 따라서 후보등록 직전에 비대위와 5명 주자 간에 막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보이콧 선언을 하지 않은 황교안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은 이날 각각 부산과 제주 등을 방문했다. 황 전 총리는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오만과 독주를 일삼는 현 정권과 강력하게 맞서겠다"고 했다. 다른 후보들의 불출마 등 전당대회 절차와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영익ㆍ성지원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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