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방송 통해 미 주류사회에 목소리 내세요"

중앙일보

입력

“유관순 열사를 저희만 알고 있으면 뭐합니까. 미국 주류사회에도 알려야죠.”

뉴욕서 활약하는 앤드류 박 변호사 인터뷰 #AM710 주류사회 대상 레디오 토크쇼 맡아 #"중국에 가려 목소리 못내는 현실 극복해야"

미국 뉴욕 일대에서 활약하는 앤드류 박(50ㆍ한국명 박인호) 변호사는 지난 4일(현지시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외도’의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박 변호사의 ‘외도’는 1주일에 한번 공중파 레디오 방송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토크쇼 ‘앤드류 박 쇼’를 진행하는 일.

앤드류 박 변호사가 자신의 레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뉴욕중앙일보]

앤드류 박 변호사가 자신의 레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뉴욕중앙일보]

지난 15년간 한인 레디오 방송에서 고정 패널로 출연해 오다가 아예 주류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아이하트레디오(iHeartRadio)’의 AM710으로 둥지를 옮겨 영어로 진행하는 단독 프로그램을 맡았다.

지난달 16일에는 토비 앤 스타비스키(민주) 뉴욕주 상원의원을 게스트로 초청해 전날 뉴욕주 상ㆍ하원에서 통과된 ‘3ㆍ1 운동 100주년의 날’ 공동결의안에 대한 배경과 그 상징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전 녹음된 방송은 매주 토요일 오후 7시부터 한시간동안 나간다.

AM710은 뉴욕 일대 70만여명의 애청자를 보유하고 있다. 민주당보다는 공화당 색채가 좀 더 강한 채널이기도 하다. 박 변호사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세금 정책에 대해서는 공화당을 응원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정책을 쫓는다”고 설명했다.

한인 방송에서 좀더 큰 물로 나온 데 대해 박 변호사는 “혀가 조금 꼬여 있지만 난 여전히 한국인”이라며 “한인 커뮤니티가 주장하는 바를 백인 주류사회에 알려야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힘없는 나라로 분류되는 현실을 극복하고 싶었다. 그는 “미국에서 아시아라고 하면 중국을 떠올리고, 중국이 아시아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면서 “알고보면 한인이 능력있고 출중한 민족인데, 이런 사실을 주류사회에 널리 알려야 차별을 이겨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관순 열사 이전에는 시인 이육사를 미국 사회에 알리는 데에도 한몫했다. 2013년부터 ‘앤드류 박 장학재단’을 설립해 매년 장학생 8명을 선발해왔는데, 지난해에는 이육사의 시 ‘교목’과 ‘호수’로 작곡상 콘테스트를 열어 음대생 2명을 장학생으로 뽑기도 했다.

앤드류 박 변호사는 영어가 더 편하지만 엄연한 '한양 박씨' 종손이라고 소개했다. 심재우 뉴욕 특파원

앤드류 박 변호사는 영어가 더 편하지만 엄연한 '한양 박씨' 종손이라고 소개했다. 심재우 뉴욕 특파원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10살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박 변호사는 아이비리그인 콜롬비아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시라큐스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교통사고ㆍ상해 전문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자신이 진행하는 레디오 방송의 주요 테마도 교통사고ㆍ보험ㆍ법률 상담 등이다.

박 변호사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든 내 방송에 출연해 주류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서 “우선 한국인 최초로 연방하원 민주당 의원에 선출된 앤디 김을 초청해 한반도 평화구축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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