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씨 가족 "상봉 때까지 일 언론 취재 거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꿈에 그리던 막내아들을 28년 만에 만나는디 뭔 말이 필요허것어. 그저 원없이 안아 보고 얼굴을 부비면서 어루만져 보고 싶을 뿐이지."

28일 금강산에서 아들 김영남(45)씨를 만나는 어머니 최계월(82.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사진)씨는 "시간이 왜 이렇게 더디 가는지 모르것어, 하루라도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는데…"라며 애틋한 심경을 털어놨다.

최씨의 5남매(3남2녀) 자녀 중 막내아들인 영남씨는 군산기계공고 1학년이던 1978년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떠난 뒤 하루 만에 행방불명됐다. DNA검사 등을 통해 일본에서 납치된 메구미의 남편으로 생존 사실이 확인되자 북측이 최근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했다.

최씨는 "그동안 죽었다고 생각해 온 아들을 다시 만난다는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려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는 날이 많아 수면제까지 먹는다"고 말했다.

영남씨의 누나 영자(48)씨는 "동생과의 상봉 소식이 전해진 뒤로 어머니가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시계를 멍하니 바라보는 때가 많다"며 "잠자는 시간 말고는 온통 아들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 최씨와 함께 금강산으로 가는 영자씨는 요즘 영남씨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느라 여념이 없다고 전했다. 항상 차고 다니면서 남녘의 가족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시계와 감기약.소화제 등 상비약도 구입했고 가족사진도 준비했다. 동생 영남씨가 약밥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어 27일 속초에서 배달시켜 들고 갈 수 있도록 주문 예약까지 했다. 메구미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혜경양에게 줄 선물도 마련했다.

한편 영자씨는 "북한에 가 동생을 만나기 전까지는 일본 언론과는 일절 인터뷰를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한 주간지가 자기들 맘대로 기사를 써 우리 가족을 깎아내리려고 시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최근 방북을 앞두고 집 앞에 와 진을 치며 기다리는 일본 언론인들을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어 사진 등은 찍게 허용했다"며 "앞으로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는 상황을 봐 가며 선별적으로 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김영남씨 가족과 '납북자 가족모임(대표 최성용)'은 8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납북자 지원 단체인 '납북 일본인 구출을 위한 전국협의회'와는 더 이상 연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주=장대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