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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만드는 땀의 정치 절실 한나라 개혁 포기는 집권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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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14개 외국 첨단기업 유치, 141억 달러의 외자 유치, 일자리 8만 개 창출. 30일 퇴임하는 손학규(사진) 경기지사의 '성적표'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 4년간 21차례, 109일간 해외 출장길에 올랐고, 지구 10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비행했다.

그는 "일자리를 놓고 싸우는 총성 없는 제3차 세계대전의 현장을 뛰면서 우리 정치도 이제 삿대질 정치가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싸우는 땀의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권력은 여의도가 아니라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4년간 발로 뛰며 외국의 기업들과 투자 상담을 하고 첨단기업을 유치한 체험담을 엮은 책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의 출판기념회를 26일 오후 63빌딩에서 연다.

-외자 유치 활동은 마무리된 건가요.

"아직 남아 있어요. 27일엔 일본의 DNP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8일엔 시흥~판교고속도로 준공식에 가야 합니다."(손 지사가 보여준 스케줄 수첩엔 30일자에만 '퇴임식'이라고 적혀 있을 뿐 29일까지 일정이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퇴임 후 민심 대장정에 오르겠다고 했는데요.

"단순한 민생 체험은 아니고 국민과 생활하면서 국가적 어젠다를 같이 정리하자는 것입니다. 그동안 여의도 정치로 대변돼 온 당과 국회, 정치판이 권력의 근원이란 인식이 있었죠. 하지만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권력은 여의도가 아니라 국민 속에서 나온다고 확신합니다."

-'디지털 리더십'을 주창했는데요.

"디지털 시대엔 국민 개개인이 파편화돼 있는 것 같지만 그게 폭발하면 대단한 에너지가 됩니다. 월드컵 응원 열기와 한류에서 보듯 우리에겐 강력하고 응축된 정서적 에너지가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신문명 문화입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개발 논리가 먹혔고, 정치도 패거리.땅따먹기 정치가 통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신문명에 맞는 새로운 디지털 리더십을 요구합니다."

-디지털 리더십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미래.개방.영어 세 가지가 키워드입니다. 싱가포르.핀란드.두바이 등이 강소국이 된 것은 정치 지도자가 미래를 보고 나라를 개방적으로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또 개방시대에 영어는 아주 중요합니다. 국가가 책임지고 교육시켜 제2공용어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방선거에서의 한나라당 싹쓸이 현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로선 영광이고 국민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 어떻게 경기도 의원 108명 전원을 한나라당이 가져갈 수 있습니까. 디지털 시대엔 언제든지, 누구든지 이런 쓰나미를 당할 수 있습니다."

-이제 공은 한나라당으로 넘어간 것 같습니다.

"국민들은 능력이 없는 구호만의 개혁, 편 가르고 대립각을 세우고 싸움을 일으키는 정치를 원치 않는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개혁과 보수를 양분해 싸움을 부추기는 게 잘못됐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개혁을 적대시하고 개혁을 보수와 대립적 개념으로 설정하는 것은 정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한나라당이 과거로 돌아가 수구가 돼선 안 됩니다."

-열심히 했는데 국민들이 몰라주는 게 섭섭하진 않습니까.

"(껄껄 웃으며) 집사람은 좀 섭섭해 해요. 언젠가 경기도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언론에 나왔는데 내가 5%고, 다른 사람이 20~30%로 나왔어요. 집사람이 '당신, 이런 사람들 위해 일하지 말라'며 화를 내더군요. 하지만 당장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나노연구센터.바이오센터 같이 10~20년 뒤 미래를 준비하는 사업을 많이 유치했다는 데 더 자부심을 느껴요."

-고건 전 총리를 중심으로 신당 창당 추진 움직임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룬 민주주의고 산업화입니까. 그런데 시대정신이나 역사의식도 없이 대통령을 자리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돼선 안 됩니다. 어떻게 김영삼 정부 마지막 총리를 한 사람이 정권 바뀌자마자 옷 갈아입고 서울시장에 출마합니까. 지도자는 시대정신을 국민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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