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세 최장수 거북이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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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1809 ̄1882)이 길렀던 것으로 알려진 거북이가 23일 호주의 한 동물원에서 176세로 생을 마감했다.

'해리엇'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이 거북이는 세계 최장수 동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호주 언론들은 24일 "다윈이 진화론을 정립하는데 도움을 준 거북이 '해리엇'이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AP.AFP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해리엇은 다윈이 1835년 남미 대륙 서부 연안의 갈라파고스 제도를 탐사했을 때 데려온 거북이 세 마리 중 하나다.

당시 다윈은 영국 해군 함정 비글호를 타고 남태평양 생태계 조사에 나섰다. 이때 5 ̄6살짜리로 추정되는 거북이를 잡았으며, 이를 관찰해 외딴 섬의 동물일수록 진화가 더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후 거북이를 데리고 런던으로 돌아온 뒤 '종(種)의 기원'을 집필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다윈은 탐험대의 함장을 맡았던 해군 장교에게 거북이를 선물했고, 이 장교는 1843년 호주에 부임하면서 거북이를 데려갔다. 바다 건너 이주해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북이가 해리엇이다.

해리엇은 유명세를 톡톡히 누리면서 살았다. 100여 년간 수컷으로 잘못 알려져 '해리'로 불리다가 유전자(DNA) 조사를 통해 암컷으로 밝혀져 개명했다. 지난해에는 175세 생일 파티를 성대하게 치러 세계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다윈이 해리엇을 실제로 길렀는지에 대한 명확한 증거는 없다. 일부 과학자들은 "DNA 검사 결과 해리엇은 다윈이 방문한 적이 없던 섬 태생으로 밝혀졌다"며 다윈과 해리엇의 연관성을 부정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해리엇을 돌봐온 동물원 수의사인 존 행거는 호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윈이 진화론은 창시하는데 해리엇이 도움을 주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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