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박물관 스트립쇼 파문

중앙일보

입력

1917년의 러시아 혁명을 이끈 레닌을 기리기 위해 그의 고향에 세워진 박물관이 스트립쇼 스캔들에 휩싸였다. 그의 고향인 울리야놉스크에 세워진 이 박물관 관리자들은 그동안 박물관 공간 중 3600여 평을 돈많은 사업가들에게 파티용으로 빌려줘 왔다. 유지 보수 비용을 마련할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파티 대부분이 스트리퍼들이 등장하는 흥청망청한 술판으로 전락한데다, 박물관 직원들이 웨이터 복장으로 접대를 하고 있다고 지역 신문들이 폭로하자 정부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이렇게 벌어들인 임대료 수입이 유지보수에 쓰이지 않고 박물관장의 주머니로 직행한 것이 드러났다고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가 보도했다.

이렇게 되자 지역 공산당 관계자들이 분노,"레닌 박물관에서 술판과 스트립쇼를 벌이는 행위는 모든 상식과 예의를 깨는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임대를 허가한 이 지역 책임자 세르게이 모로조프에게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크렘린 붉은 광장에 안치된 레닌의 시신을 옮겨와 박물관을 기념공원으로 확장하려는 모로조프의 계획이 이번 스캔들로 차질을 빚게 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울리야놉스크는 모스크바에서 남동쪽으로 700㎞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강변 도시로, 레닌이 1870년에 태어난 곳이다. 울리야놉스크라는 현재 지명도 레닌의 원래 성(울리야노프)을 딴 것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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