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괴물을 만든 괴물의 비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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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원작, 마르그레테 라몬 글
드라호스 자크 그림, 최인자 옮김
웅진주니어, 264쪽, 1만6000원

"나를 자연과학으로 이끈 건 호기심이었다. 그리고 자연과학은 나에게,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라면 결코 가지지 않았을 욕망을 불어넣었다. 바로 그 욕망이 이 엄청난 비극을 낳았다."

현대과학의 무분별한 탐구욕을 경계한 공포소설 '프랑켄슈타인'의 결론 비슷한 대목이다. 인간을 그대로 닮되, 인간과 다른 흉측한 외모를 지닌 괴물을 창조해낸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얘기는 새삼스러울 게 없다. 영화로, 드라마로 숱하게 되풀이됐다. 그럼에도 또 한 권의 '프랑켄슈타인'을 소개한다.

첫째, 원작에 충실하되 초등학교 고학년의 눈높이를 생각했다. 흔한 축약본과 달리 비교적 어려운 원작 자체를 아이들이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도록 꾸몄다. 자연과 과학, 생명과 죽음, 사랑과 차별, 창조와 파멸 등의 묵직한 주제를 인간과 괴물의 격돌이라는 얘기로 풀어나간다.

둘째, 삽화의 힘이다. 영원불멸의 생명체를 만들려 했던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걸어다니는 송장 덩어리' 같은 외모로 따돌림을 받는 괴물의 비극적 행로를 실감나게 엮어냈다. 힘있는 스케치로, 촘촘한 세밀화로, 어두운 채색화로 원작의 음울한 분위기를 다양한 필법으로 표현했다.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건 원작의 현대성이다. 19세기 산업혁명 시대, 과학발전에 들떠 자연정복을 꿈꿨던 당대의 지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신의 세계에 도전한 인간의 최후도 엿볼 수 있다. "행복해지고 싶다"며 자기를 닮은 여자 친구를 만들어내라는 괴물의 목소리가 애절하다. 인간복제가 상식화된 21세기에 더욱 와닿는 얘기다. 진짜 '괴물'은 과연 누구일까.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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