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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Fed가 이보다 더 부드러울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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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당분간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암시도 분명히 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Fed가 이보다 더 부드러울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1월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 #파월 "금리인상할 논거 약해져" #보유자산 매각, 조기 종료할수도

Fed는 30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2.25~2.50%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올해 처음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이 선택된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빌딩

미 연방준비제도(Fed) 빌딩

Fed는 성명서를 통해 “세계 경제 및 금융 발전과 낮은 물가 상승 압력을 고려해 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에 대한 향후 조정을 결정할 때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Fed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시장이 예상해온 대로다. 지난해 12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으나 올해부터는 통화 긴축의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올해 초부터 Fed 수뇌부들이 ‘인내심’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다녔다.

이번에 좀 더 진전된 사항은 Fed가 성명서에서 ‘추가적ㆍ점진적인 금리 인상’이라는 금리정책 문구를 삭제했다. Fed가 공식적으로 점진적인 금리인상 중단을 천명한 셈이다. 현재 경기 상황을 평가하는 단어도 ‘강한(strong)’에서 ‘탄탄한(solid)’으로 변경하는 등 한층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B.라일리 FBR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 마크 그랜드는 “금리와 관련해 Fed가 이보다 더 비둘기파적일 수 없다”면서 “특히 성명서에서 ‘점진적 금리 인상’이라는 단어를 뺀 것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해 세차례 금리인상에서 두차례로 조정한 Fed가 이를 한차례 이하로 다시 수정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호라이존 인베스트먼트 서비스의 척 카슨 최고경영자(CEO)는 “Fed의 언어로 짐작건대 올해 두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Fed는 2015년 ‘제로(0) 금리’ 정책 종료를 선언한 후 지난해 4차례를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9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EPA]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EPA]

제롬 파월 Fed 의장 또한 FOMC 종료 이후에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논거가 다소 약해졌다”면서 “현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범위 안에 있다”고 밝혔다. 중립금리는 경기과열도, 경기침체도 일으키지 않는 매우 안정적인 금리 수준을 일컫는다.

파월 의장은 “미래 정책 조정에 앞서 경기 전망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인내심으로 경제를 가장 잘 지원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인플레이션이 가장 중요한 열쇠이며, 다음 금리 변동은 전적으로 지표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미ㆍ중 무역전쟁, 브렉시트,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등을 추가적인 위협요인으로 꼽았다.

파월 의장은 재닛 옐런 전 의장 시절인 2017년 10월부터 추진해온 보유자산 매각 작업에 대해서도 좀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끝낼 적당한 시점에 대해 위원들이 평가하고 있다”면서 “예상보다 큰 보유 규모로 더 빨리 끝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중에 풀린 돈을 그만 회수하겠다는 얘기로, 긴축 정책을 당분간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경제고문은 “Fed는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도 참을성 있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고, 대차대조표 축소와 관련해서도 유동성 있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이는 몇달 전과 비교했을 때 180도 달라진 것”이라고 반겼다.

Fed의 ‘인내심’이 실제 확인되자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일제히 큰 폭으로 올랐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439.90포인트 오른 2만5014.86에 장을 마감하면서 거의 두 달 만에 2만5000 선을 넘어섰다. S&P500 지수는 1.55% 오른 2681.05를, 나스닥 지수는 2.20% 상승한 7183.08을 각각 기록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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