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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옴부즈맨칼럼

독일 월드컵 관련 기사·제목 재기발랄하고 톡톡 튀듯 경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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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월드컵 토고 대첩 때 응원하러 머문 광화문은 애국심으로 불타고 있었다. 보름달을 안은 것처럼 가슴이 뜨거웠다. 문득 이 땅에 얼마나 희망이 없으면 목숨을 건 듯이 축구에 열광할까, 서글펐다. 그러나 미칠 땐 미쳐야 한다는 생각에 월드컵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했다.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삶을 바꾼다는 깨달음…, 프랑스전에서도 보았듯이 행복이나 운명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얼마나 큰 용기며, 인생은 얼마나 흥미로운지…. 축제에 발맞춰 중앙일보의 기사와 제목은 재기발랄하고, 톡톡 튀듯 경쾌했고, 중앙일보다웠다. "지단 위에 지성" "포탄 세례를 막고 나니 찬사 세례"라든지 한국 출전 선수에 대한 전문가 평가는 인터넷에도 큰 화제일 만큼 시선을 끌었다. 내일로 다가선 스위스전은 어떻게 될까, 어떤 기사가 실릴까 궁금해진다.

언젠가 TV에서 시멘트 보도를 걷어내고 잡풀이 자라면 자라는 대로 내버려둔 베를린 도시의 녹색혁명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생태도시로 바꿔야만 온난화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이 시점에서 독일로 간 김에 선진 환경의식과 현장도 취재해 보여주면 얼마나 기쁠까.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에서 나무가 사라진다. 숲이란 예술품이 사라져 도시화의 열섬 효과는 더 커지며, 집중호우와 온도와 강수량의 진폭은 심해져 미래 기후는 예측이 복잡해지리라. 전체 생명의 70%가 사라질 것이란 예측이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가족 형태'가 바로 독신이라는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란 점에서 '1.08 재앙 막자' 섹션 기사, 특히 2030세대의 결혼과 사랑, 삶을 다룬 것은 참 적절했다. 다음 섹션에서 '애 키우는 하루하루가 투쟁'이란 말, 애를 둔 엄마들에겐 속시원한 대목이었다. 그런데 맞벌이 부부보다 더 힘든 싱글 맘, 싱글 대디, 조부모의 아이 양육 투쟁기도 다뤘어야 했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각 계층 간의 균형감각 부족이 아쉽다. 시각장애우들의 유일한 생존권인 안마 자격증 문제 등 소외계층의 애환도 더 깊이 다뤄줄 수는 없는가.

지난 한 달 동안 '부모가 생각 바꾸니 아이 여섯, 유치원비 30만원뿐'이란 기사는 내게 가장 빛났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의 사교육비가 100만원 이상이 드는 가정도 많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서민층에게 교육방법과 희망을 주었으리라. 이런 긍정적 교육관을 가진 사례와 가뭄 속의 단비처럼 반가웠던 '사라지는 장인' 기사도 앞으로 더 다뤘으면 한다. 천성산 소송 기사에서 '터널 공사, 환경 해쳤다 보기 어려워'라는 제목은 마치 대법원 판결이 마땅하다는 듯해 염려스러웠다. 동물의 소송 자격에 관한 외국 사례를 다루고, 순리를 저버린 인간중심의 세상을 뒤집어보고 절실한 욕망교육 기사가 나와줘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욕망이 얼마여야 충분한지 잘 모른다. 이것이 큰 문제다. 물론 '마음 대청소 프로젝트'가 여기에 해당하겠으나, 이것이 부족하다. 그리고 마음 대청소가 동양정신이나 불교사상에서 비롯된 수련만이 아닌 타종교 등 다양한 사례의 마음 청소작업도 함께 다뤄야 균형감이 있지 않을까 한다.

현실과 너무 거리가 먼 내용의 구닥다리 교과서를 들춰내고, 김진경 전 청와대 교육비서관 인터뷰로 개혁을 표방하는 386 관료의 위선을 들려주고, 선거 참패에도 민심을 못 읽는 건지, 외면하는 건지 모를 대통령의 독특한 의식을 꼬집는 사설 등은 시원하였다. 인간은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다양하게, 균형감 있게 볼 줄 알아야 세상은 더 잘 굴러간다. 온몸이 아주 잘 듣는 귀가 되고 선량한 눈이 되어 진실의 태양을 향해 가는 중앙일보를 기대한다. 또한 민첩하고 현명한 신문으로 발전하길 기도한다.

신현림 시인